취향으로 하나된 태그니티의 힘… 여성패션 플랫폼이 뜬다

      2022.09.28 18:15   수정 : 2022.09.28 18:15기사원문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에서 패션 전문몰의 거래액은 14조원에 육박한다. 전년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네이버와 쿠팡 등 여러 상품군을 판매하는 종합몰에서 패션부문 거래액이 약 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장세다.

시장이 커지면서 투자도 잇따르는 모습이다.

패션 분야가 넥스트 이커머스로 떠오른 이유는 전문몰이 가진 전문성과 편의성이 소비자 특성과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쇼핑에 가속도가 붙은 가운데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10~30대가 주된 소비층으로 떠오른 것이 결정적이다. 나이와 성별, 소득에 상관없이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이는 '태그니티(취향 공동체)'가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시장의 변화 속에서 패션 플랫폼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브랜디, 연매출 성장률 120%

브랜디는 2014년 쇼핑 후기 공유 플랫폼으로 새로 태어났다. 2017년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물류 인프라 구축을 하고 있었는데 패션과 유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서정민 대표가 유통구조를 갖춰 나가는 모습에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시리즈A~C의 투자를 주도한 것은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였다. 그해 DSC인베스트먼트 등과의 시리즈 A 투자 이후 2019년 시리즈B에 미래에셋벤처투자, DS자산운용과 함께 총 60억원을, 2020년 3월 시리즈C에서는 DSC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을 추가로 끌어들여 210억원을 후속 투자했다.

혁신의숲에 따르면 브랜디는 올해 8월 시리즈 D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투자를 유치했다. 전체 금액은 1500억원을 넘는다. 마지막 투자유치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는 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브랜디는 투자유치를 기반으로 30대 여성 타깃의 대표적인 쇼핑 앱으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부터 인기 쇼핑몰과 브랜드까지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한곳에 모은 패션 플랫폼 앱으로 포지셔닝을 시도했다.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쇼핑 플랫폼으로 사업모델을 피봇팅(핵심기술 유지 비즈니스 모델 전환)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1700명이 넘는 인플루언서가 모였다.

2019년 3월에는 고객의 재구매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늘출발' 서비스를 론칭했다. 앞서 2018년 9월에는 패션 풀필먼트 서비스 '헬피'를 운영하고 동대문 인근에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했다. 제품을 사들이는 사입부터 배송까지 하루 평균 5000건의 배송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브랜디는 2018년 남성패션 쇼핑 앱 '하이버' 2021년 육아 쇼핑 앱 '마미'를 출시한 뒤 올해 30대 여성 쇼핑 앱 '플레어'로 리브랜딩했다.

브랜디는 2017년 53억원, 2018년 154억원, 2019년 379억원, 2020년 858억원, 2021년 12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평균 매출성장률이 120%를 웃돈다. 반면 5년 간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마이너스(-)27% 수준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에이블리, 누적 투자유치 1730억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2015년 어패럴제이로 시작해 10대 전문 쇼핑몰 '반할라'를 운영했다. 다른 쇼핑몰과 가찬가지로 특정 타깃층에 맞는 옷을 찾아 판매하는 사업모델이었다. 평범한 쇼핑몰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새로 출시한 서비스가 '에이블리'다. '물류와 고객응대, 제작 등 알아서 다 해주는 종합 패션 플랫폼을 만들자'는 목표로 출시했다. 셀러나 디자이너는 패션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에이블리 플랫폼이 제적부터 유통까지 모두 지원하는 형태다.

브랜디의 헬피에 해당하는 에이블리의 '셀러스 솔루션'은 판매수수료가 0%다. 다만 판매 결제수수료(PG사)와 서버 및 서비스 통합 이용료를 받는다. 더 많은 셀러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핵심 경쟁력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 서비스다. '상품 찜' '마켓 찜' '리뷰' 등의 빅데이터로 다양한 스타일의 성품과 이용자 취향을 제공한다. 에이블리는 인플루언서 마켓에 대형 쇼핑몰을 입점시켜 상품 선택의 폭을 넓혔다. 유명 크리에이터와의 콜라보(협업)로 패션 콘텐츠 제공, 상품 후기영상 제공 등 MZ세대를 이끌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해왔다.

2021년 에이블리 앱은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으로 전환을 추진했다. 디지털 제품과, 가정용 인테리어 소품, 코스메틱 등 카테고리 확정을 시작했다.

에이블리는 카카오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지난해 5월 시리즈B 익스텐션에서 6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1월 프리-시리즈C로 67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누적 투자유치 규모는 1730억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기업가치를 1조2000억원으로 책정해 시리즈C 투자유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의숲 관계자는 "몸값이 다소 높다는 업계의 평가와 투자 라운드 진행주기가 짧아지면서 수익구조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동안 트래픽과 외형 확대는 성공을 거뒀으나 지난 3년간 연속 적자인 데다 플랫폼의 수익성 확보에 대한 중단기적 해결 방안 및 실현 가능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블리의 메출액은 2018년 149억원에서 2019년 316억원, 2020년 526억원, 2021년 935억원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매출성장률이 84%에 이르지만 4년 간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47%가 넘는다. 실적 개선이 풀어야할 숙제로 꼽히는 이유다.

■지그재그, 지난해 거래액 1조원

지그재그는 2015년 동대문의 여성의류 쇼핑몰 3700개를 한데 모아 쇼핑몰 순위 정보, 상품 통합검색, 즐겨찾기 등을 제공했다. △2017년 11월 개인화 광고 도입 △2019년 제트(Z)결제 도입 △2020년 일본 서비스 '나우나우' 출시 △대금을 하루 단위로 정산하는 '데일리 정산시스템' 도입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8년 말 단일 콘텐츠(여성패션)로 거래액 5000억원에 이어 2021년 말에는 여성패션 플랫폼 최초로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달성했다. 지금은 입점 브랜드가 9000개를 넘는다.

지그재그는 2016년 말 할토스벤처스로부터 30억원을 유치했는데 초기 투자로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여서 눈길을 끌었다. 이듬해 5월에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알토스벤처스에서 7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또 2020년 7월에는 예비 유니콘 특별 보증으로 100억원을 확보했다.

지그재그는 지난해 4월 대전환점을 맞았다. 카카오가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 것이다. 인수과정에서 크로키닷컴은 기업가치를 9000억~1조원대로 후하게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혁신의숲 관계자는 "크로키닷컴은 2019년 영업이익률이 30%에 가까울 만큼 수익성이 좋았다. 2020년에는 매출이 36% 성장했지만 영업비용이 매출액을 넘어설 정도로 폭증, 적자로 전환했다"며 "추가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일 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규모 확장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2021년 영업손실이 380억원으로 전년(120억원) 대비 손실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거래액이 2019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만큼 당분간 몸집을 키우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거래액은 지그재그가 1조원으로 에이블리(7000억원), 브랜디(5000억원)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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