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까먹어도 정부 재정지원 그대로… 사학 주식투자에 '브레이크' 없다

      2022.10.07 05:00   수정 : 2022.10.07 07: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사립대학의 수익용 유가증권 보유금이 2조원을 넘어서는 등 대학들이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투자를 잘못해도 정부의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 대학 평가에 대학들의 자산 현황이나 투자 책무성을 평가하는 지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 교육여건이나 성과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대학 중 수억원대 주식을 보유했던 곳도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는 "학생복지, 교육여건부터 개선해달라" "투자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익률 '폭망'해도 교육부 재정지원 평가에서 '불이익' 없다

6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 293개 사립대학법인 보유한 수익용 유가증권(주식·채권) 평가액이 2조619억원에 달하는 등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수익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비회계 적립금을 활용해 금융상품에 투자한 국내 42개 사립대학 중 2021회계연도 기준 수익률은 -1.3%로, 수익률이 0%이거나 마이너스인 곳이 31곳(73.8%)에 달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투자를 늘리고 수익률은 저조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은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와 한국개교육개발원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매년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교육여건과 성과 등 주요 정량지표를 활용해 절대평가 방식으로 지표별 최소기준 달성 여부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 제한을 둔다.

문제는 여기서 대학의 투자 규모나 수익률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학 재정지원제한 대학 평가에서 법인의 부동산, 수익용 유가증권 규모나 수익률을 평가하는 지표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교육부 평가에는 △교육비환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등 교육여건 △신입생 및 재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 교육성과 △법정부담금 부담률 또는 법인 전입금 비율 등 행정·재정 책무성이 반영된다.

대학의 부정비리 사안 등 별도로 대학 책무성을 평가하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대학의 '투자 책무성'을 규정한 내용은 없다.

교육여건 등이 안 좋아 학자금 대출 제한을 받는 대학 중 '수백억원대 주식 부자' 대학도 있었다.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의뢰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학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21개교 중 최근 3년간 수익용 유가증권을 보유한 대학이 5곳이었다. 두원공과대학교는 2020년 두원중공업 주식 117억원어치, 채널A 주식 5억원어치를 비롯해 매일방송, 삼성생명보험 주식을 각각 2억원어치 이상 들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두원중공업 주식 119억4465만원가량을 보유했다.

지난해 기준 장안대학교는 대한교과서 주식을 2억원 가까이 보유했고, 극동대학교는 채널A 주식 1243만원어치, 전주기전대는 하나금융지주 주식 2528만원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한국국제대가 2019년 경남일보 주식 10억원 상당을 비롯해 경남도민일보 주식 1억원을 보유했었다.


학생들은 "여윳돈 있으면 교육여건 개선에 써라" 불만 봇물

학내 구성원들은 예상보다 큰 규모의 투자액에 놀라며 대학이 투자에 있어 투명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여윳돈이 있으면 교육여건부터 개선하라는 쓴소리부터, 투자경위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양대에 재학 중인 최모씨(23)는 "주식 하락장 영향으로 더 큰 손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학교에 여윳돈이 있다면 위험요인이 큰 주식에 투자하기보다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교비회계 적림금으로 금융상품에 539억을 투자해 지난해 기준 -0.3%의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교비회계 적립금 투자수익률 -0.8%를 기록한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이모씨(23)는 "학교가 코로나19 기간 학생복지에는 투자를 안 한 반면 막대한 양의 돈을 금융상품에 투입해 손해를 봤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대학원생 신모씨(29)도 "낙후된 건물의 시설 보강이나 행정직원이 없는 단과대의 인원 보충도 필요한 상황인데 막상 투자금을 날리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투자 규모와 경위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두 푼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면 학생도 그 규모나 결정 과정에 대해 자세히 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모씨는 "사실상 은행에 묵혀두고 1-2%대 이자를 받는 예금보다 낮은 수익률이라면 전문성이 의심된다"며 "일반 교직원이나 학생들이 학교를 위하는 마음은 있을 수 있지만 기금운용심의회에 포함돼 실질적으로 도움은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통상 이사장이나 대학총장이 기금운용심의회나 이사회 구성원을 임명하는 구조다 보니 이들 기구의 심사 역시 형식적 절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어 “지방대를 중심으로 다수 대학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투자를 통한 수익마저 부진하다면 해당 이익을 교육비로 환원시키자는 증권투자 허용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서지윤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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