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투자수익률 年 33% 거둔 하버드, 비결은 전문운용사
2022.10.12 05:00
수정 : 2022.10.12 05:00기사원문
■해외대학들, 전문성에 '중점'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사립대학 적립금의 금융투자를 허용해준 시점은 2007년이다.
각 대학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일부 해외 대학들은 막대한 규모의 기부금을 굴리며 예산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는 기금운용사인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HMC)를 통해 2021회계연도에 33.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스탠퍼드대의 스탠퍼드매니지먼트컴퍼니(SMC)도 같은 기간 40.2% 투자수익률을 달성했으며, 지난 30년간 매년 1조원 넘는 운영비를 채워왔다.
투자 전문가 영입도 성과에 주효했다. 예일대는 최고투자책임자(CIO)에 고(故) 데이비드 스웬슨을 1985년에 영입, 주식에 더해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VC) 등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는 공격적 투자를 시도했다. 당시 1조원이었던 기금을 현재 35조원까지 불릴 수 있었던 토대다.
무엇보다 그 수혜자가 학교 구성원들이 된다는 점이 기금운용 취지에 부합한다. 이들 대학은 튼튼한 기부문화에 더해 운용으로 거둔 수익을 학생 장학금과 연구비 등에 사용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서울대가 해외대학 투자방식과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대발전기금재단'이라는 별도 재단법인을 설립해 예금 등 안전 상품에 투자하고, 주식 등 비교적 위험성이 높은 상품은 자산운용사에 외부위탁운용(OCIO)을 맡긴다. 투자의 전문성을 높여 목표수익률 달성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다.
■OCIO, 대안으로 부상
학생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기금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 대학 예산을 확충하는 방안이 학생들에게도 이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대학의 수익 다각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해외 대학처럼 수억원대 연봉의 전문가 영입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학내 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허점이 많은 상황에서 수익성만 보고 위험 상품에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OCIO가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기금 규모와 대학 처지에 맞게 투자를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실제 서울대와 이화여대는 2017년 각각 2000억원, 1500억원 규모 기금을 삼성자산운용에 위탁 운용했고, 지난 6월 성균관대(300억원) 역시 그 대열에 합류했다.
오태호 삼성자산운용 OCIO컨설팅본부장은 "대학별 위탁규모와 목표수익률을 감안해 양쪽이 논의를 거쳐 최종 포트폴리오를 확정한다"며 "고객별로 투자전략이 상이하긴 하지만, 대학 기금 특성상 공통적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안정적인 자산배분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민간연기금투자풀로 모으면 소규모도 가능"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 주도로 도입된 민간연기금투자풀도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주간운용사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주간운용사 선정·교체 권한을 갖는다. 통합집합투자기구 운용 성과평가를 진행하며, 매달 운용현황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투명성도 확보된다.
민간연기금투자풀 관계자에 따르면 대학들은 대체로 안전한 운용을 선호한다. 정기예금 금리를 약간 웃도는 수익을 원해 대부분 단기금융펀드(MMF)에 투자하고 있다. 여러 대학 돈을 모아 민간회사들이 펀드 형태로 운용하는 만큼 기금 규모가 작은 대학들도 참여가 가능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가 내용이 겹치는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기금 투자운용 수익률을 평가하는 항목을 신설하거나, 연기금운용풀 등을 활용해 투자할 때 인센티브를 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대학 기금도 연기금운용풀을 통해 관리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관련 법안 개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김나경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