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관식에 호명된 보시라이 등 5명 호랑이, 당의 '경고'
2022.10.21 10:04
수정 : 2022.10.21 10:04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보시라이, 그의 오른팔 왕리쥔, 후진타오가 낙점한 쑨정차이, 장쩌민계열 덩후이링과 자오정융.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기간에 이들의 이름이 다시 호명됐다. 중국에서 고위 부패 사범을 일컫는 ‘호랑이’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공통점은 그들의 공소장에 적시된 부패 혐의 외에 시 주석과 경쟁했거나 다른 계파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21일 베이징청년보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지난 18일 20차 당 대회 주석단은 2차 회의를 열고 제19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업무보고 결의(초안)와 당정(당헌) 개정안 초안을 토론을 위해 각 대표단에 제출했다.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입성 유력 후보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는 충칭시 대표단 전체회의에서 보시라이, 쑨정차이를 언급했다고 베이징청년보는 전했다.
쑨정차이는 천민얼 서기 전임이고 보시라이는 전전임이다. 공식적으론 모두 부패 등의 혐의로 불명예 낙마했다.
한때 시 주석의 정치적 경쟁자로 거론됐던 보시라이는 시 주석이 권력을 잡은 2012년 18차 당 대회 이듬해인 2013년 뇌물수수죄, 직권남용죄 등으로 기소돼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던 쑨정차이는 시 주석의 2연임 다음해인 2018년 1억 7000만 위안(약 355억원) 상당의 재산을 부정 축재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이 내려졌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인 그는 리커창 총리의 후임으로 물망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쑨정차이의 빈자리는 시 주석 직계그룹 시자쥔의 천민얼이 차지했다. 그는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로 근무할 때부터 선전부장으로 호흡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천민얼 당서기는 “당을 엄하게 다스리는 것에서 전면적인 종심(전선에 배치된 부대의 최전선에서 후방 부대까지 세로의 선) 발전을 추진했다”면서 “쑨정차이, 보시라이, 왕리쥔, 덩후이린의 악영향을 단호하고 깨끗하게 숙청했다”고 말했다.
보시라이의 심복이었던 왕리쥔 전 충칭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은 직무유기와 반역도주, 직권남용,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15년형이 선고받았다.
왕리쥔은 시 주석이 당 총서기에 오르기 9개월 전인 2012년 2월 6일 보시라이의 위협을 피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들어가 망명을 요청,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보시라이의 오른팔로 불렸던 그는 관계가 틀어지면서 보시라이 일가의 비리 행각을 상부에 고발해 보시라이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덩후이린도 충칭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 출신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방침에 따르지 않고 미신 신봉, 축의금 착복, 향응 및 접대, 성 상납, 권력형 돈거래 등의 부정적인 행위를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덩후이린은 2021년 2월 4727만 위안 수뢰죄로 기소된 뒤 15년형을 받았다. 그를 발탁한 사람은 장쩌민계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으로 알려져 있다. 쑨리쥔은 역시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사형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사형을 2년간 연기한 뒤 무기징역 등으로 감형해 줄 수 있는 중국의 독특한 제도다.
자오정융은 리우궈종 현 산시성 당서기 입에서 거론됐다. 그는 산시성 전체회의에서 “친링(秦岭) 사건의 교훈을 깊이 배워야 하며 정상적이고 장기적으로 자오정융 사건을 철저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시성 당서기를 지낸 자오정융은 7억1700만 위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20년 7월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2003~2018년 산시성 성장과 서기 등을 역임하며 직위를 이용, 프로젝트 및 인사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죄명이 적용됐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부패혐의지만 산시성 관할지인 친링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에 불법으로 지어진 고급 별장을 철거하라는 시 주석의 지시를 2014년 5월부터 6차례나 따르지 않아 숙청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교가에선 장쩌민이 자오정융을 직접 뽑고 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 인기 검색어 순위에선 ‘대표단 전체 회의에서 5명의 호랑이가 호명됐다’는 제목의 기사가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베이징청년보는 “5명의 ‘호랑이’가 거론된 배경에는 최근 몇 년 동안 부패 방지 작업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다”면서 “반부패는 가장 철저한 자기혁명”이라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