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끌려간 기혼여성..남성 피해 도망치다 계단굴러 사망
2022.10.27 04:18
수정 : 2022.10.27 06:50기사원문
26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현배)는 최근 가해 남성 42세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에 유족은 형량이 너무 낮다며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
1심 판결에 따르면 피해 여성 B씨는 지난해 12월 평소 다니던 울산의 한 스크린골프연습장 사장 A씨로부터 "내가 당신 떄문에 돈을 좀 썼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석 달 전쯤에도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받았던 B씨는 "저번에도 그러더니,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야겠다"며 해당 스크린골프장으로 갔고 A씨와 대화하며 함께 술을 마셨다.
이후 두 사람은 골프장에서 나왔고 A씨는 만취한 B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길을 걷다가 같이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A씨는 B씨에게 신체적 접촉을 했다. B씨가 거부하는데도 A씨는 멈추지 않았고 이 장면은 택시 내부 블랙박스에 그대로 찍혔다. 그러던 중 택시가 모텔촌에 섰고 A씨는 B씨를 모텔 쪽으로 데려갔다.
검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B씨는 모텔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텼고 도로 쪽으로 도망가기도 했다. 하지만 A씨가 따라와 B씨를 모텔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모텔 안 카운터 앞에서도 B씨는 도망가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현관문 옆에 있는 계단으로 굴러떨어졌다.
A씨는 사고 당시 B씨가 쓰려져 있는 것을 보고도 입을 맞추고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사 판정을 받고 투병 중 올해 1월 사망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성폭행 의도가 없었고 B씨 사망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적용된 강간치사와 감금치사, 준강제추행 등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이 사건 발생 전까지 둘이서 술을 마시거나 교제한 사실은 없다"며 "당일 A씨가 구토하는 등 만취 상태라는 것을 B씨가 잘 알고 있었고 자신에게서 벗어나려고 계속 시도하던 중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B씨가 짐작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다만 A씨가 혐의 일부를 인정하고 벌금형 외에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해 법률상 처단형 범위 중 가장 낮은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양측 모두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씨는 항소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B씨 유족은 형량이 너무 낮다며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
B씨 남편은 "아내는 주량이 약한데 억지로 술을 마신 것 같다"며 "모텔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근거 없이 소문이 돌아 명예마저 실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나도 아는 사람인데 아내가 숨진 후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항소심이 시작되자 1심에서 인정했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법원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해서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