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금리인상 속도조절론 솔솔..집값 둔화, 소비위축, 기업실적 악화 뚜렷
2022.10.27 08:33
수정 : 2022.10.27 08:33기사원문
40여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Fed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린 부작용으로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Fed가 이를 의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Fed가 11월에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겠지만 12월엔 0.50%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 발표될 미국 3분기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1%(연율 환산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대확산 초기 이후 최저치이며 2분기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이후 매월 미국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추월하면서 상품 소비는 7∼8월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올해 1·2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던 미국 경제성장률도 3분기에는 플러스로 반등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소비 증가 덕분이 아닌 수입 감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와 관련해 집값 하락 폭이 커진 것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률 또한 3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발표된 미 주요 도시 집값 지표인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9%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 7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두 달 연속 내렸으며 하락 폭은 7월(0.2%)보다 훨씬 커졌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0월 소비자신뢰지수도 102.5로 8월(103.2)과 9월(107.8)보다 떨어져 경기둔화 우려로 가계의 소비 심리도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소비자 심리와 지출에 강력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재고가 이미 준비돼있는 만큼 수요가 모자라면 판매 가격 할인 폭이 커져 소매업자들의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 산업계에서도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가리키는 '수요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드·결제업체 비자는 3분기 세계 결제 금액이 2조9300억달러(약 4176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10.5% 늘어 전분기(+12%)는 물론 시장 전망치(+11%)에 살짝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가전제품 기업 월풀은 최근 거시경제의 어려움과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했다고 진단했고 장난감업체 하스브로는 소비자들이 점점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고 봤다.
소비재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은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 제품 가격 인상과 용량 축소 조치를 했다고 밝혔으며 코카콜라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한 상품 구성을 판매 중이다.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에 미국 국채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8월 연 2.6% 정도였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4%대로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이날 "미국 재무부가 국채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20여 년 만에 시장에 개입해 국채를 사들이는 '바이백'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 15~21일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금리가 전주보다 0.22%포인트 오른 연 7.16%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2001년 이후 최고치다.
8월 잭슨홀 미팅 이후 '일시적인 경기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보인 Fed 내부에서도 경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정책 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려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속도 완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도 "금리 인상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도 이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긴축 속도를 늦추면 다시 인플레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대니얼 핀토 JP모간체이스 대표는 "더 완화적인 통화 정책으로 조기에 돌아서는 것은 1970~1980년대와 같은 실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