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미분양 대책 시급한 이유

      2022.11.02 18:29   수정 : 2022.11.02 18:29기사원문
얼마 전 근교 호수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전동보트를 탔는데 좌회전을 하려고 핸들을 꺾으면 바로 움직이지 않고 2~3초 후에 방향이 바뀌어 운전하기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문득 현재 정부 정책과 주택시장이 떠올랐다.

부동산 정책은 내놓는다고 해서 시장에서 곧장 반응이 오는 게 아니고 일정한 시차가 발생한다. 문제가 발생할 조짐이 보였을 때 미리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계속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각종 부동산 규제들 때문에 매매도, 전세도 거래절벽을 이루게 되면서 실제 이사를 가야 하는 사람들의 발이 묶이게 될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며 뒷짐만 지고 있었다.

최근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 상황이다. 이미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다. 열흘 만에 정부 정책이 극과 극을 오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경기도 안성, 양주 두 지역이 9월 25일까지 ‘조정대상지역’이었다가 고작 열흘 뒤인 10월 5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앞으로 사태를 더 키우기 전에 이 같은 사후약방문식 규제완화에서 벗어나 미리 점검해서 대응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가장 위험해 보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핵심 뇌관은 '미분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1604호로 전월 대비 27.1%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에 분양가까지 높아지면서 미분양 리스크는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금여력이 탄탄한 건설사들은 견디겠지만 그렇지 못한 건설사는 줄도산할 수도 있다. 부실한 중소건설사 몇 개만 망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11년 전 저축은행들이 무너져 내린 원흉이 바로 PF대출이었다.
당시 저축은행에 돈을 맡겼다가 찾지 못하게 된 서민들의 울부짖음이 아직도 생생한데 2022년에 또다시 그런 비극이 재현돼서는 안된다.

전동보트를 타면서 어느 정도 연습이 되고 나니 미리 좌회전을 해서 올바른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동산 시장도 과거에 겪은 뼈아픈 교훈이 있기 때문에 더 큰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적극적인 미분양 대책을 미리 적용,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true@fnnews.com 김아름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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