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갈등 막겠다면서…내놓은 대책이란게 왜 이런지

      2022.11.09 05:00   수정 : 2022.11.09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층간소음 민원이 급증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내놓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층간소음 관련 이웃간 갈등은 원만한 자율조정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채 폭행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등 사회문제화되고 있어 '무늬만' 대책이 아닌, 실효성을 담보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흉기 휘두르고 현관문 부수고…층간소음 민원 급증

8일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신고는 4만6596건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2만6257건)대비 2년 새 77.46%p 급증했다.

전국 공동주택 가구 수는 전체의 63.3%로 1358만가구에 달한다. 이처럼 층간소음 민원 폭증 배경으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아지거나 재택 근무 등 업무환경 자체가 변화된 탓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또 과거보다 민감해진 층간소음에 대한 인식도 한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최근 공동주택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낮 밤을 가리지 않고 개 짖는 소리가 나면서 새로운 층간소음의 한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는 점도 한 몫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층간소음 피해가 있어도 민원을 제기하지 않은 가구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가구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층간소음이 이웃간 원만한 조율보다는, 물리적 충돌로 번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7월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층간 소음을 이유로 윗층에 사는 80대 남성을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지난해 3월 경남 양산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윗집에 사는 C씨 얼굴을 향해 벽돌을 휘둘러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C씨와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사고 당일에도 소음이 들려 항의하고자 윗집을 찾아갔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자 현관문을 벽돌로 부수고 들어가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8월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기존에 이미 지어진 주택을 대상으로 '소음 저감 매트 설치비'를 지원하고 500세대 이상 단지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저소득층과 유자녀 가구 대상 중 전용면적 25평이하 가구에게 최대 300만원의 저리 융자지원토록 했다. 하지만 수요층이 지극히 한정돼 있어 실질적인 수요를 반영하기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신축 아파트의 경우 '사후확인제'를 통해 아파트 사용승인을 받기 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검사를 실시해 기준에 미달하면 재시공이나 손해배상금을 물도록 했다.

시중 소음매트 대부분 소음저감 효과 떨어져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소음매트 지원대책의 경우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토부가 장철민(대전 동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저감 대책 중 하나인 '매트 비용 대출'과 관련해 '내년도 보급 가능성이 높은 시중 소음매트 10종'을 조사한 결과, 걷거나 뛰는 소리에 대해서는 해당 제품들이 중량충격에 대한 소음 저감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제품 모두 매트 두께가 얇아 실제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주 원인인 중량충격에는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트 두께가 40mm는 돼야 중량충격 저감효과가 있는데 국토부에서 제출한 제품은 모두 20mm에 불과했다고 장 의원측은 밝혔다.

층간소음 갈등은 대부분 아이들의 뛰는 소리, 성인 발걸음 등 무겁고 힘이 더해진 중량충격음에서 발생한다. 실제 올해 7월 국토부가 전국에서 아파트 거주 2578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중 64%가 층간소음갈등을 경험했으며 층간 소음 원인으로는 중량충격음인 발소리가 63%로 가장 많았다.

장 의원측은 "현재 국내에서 적용하고 있는 층간소음 매트의 성능 인증방식인 KSF 2865 및 2863은 작은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인 경량충격음 측정치만을 반영하고 있어 KSF 인증을 받았다 하더라도 두께 40mm 이하 매트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중량충격에 대한 층간소음 저감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라멘구조' 등 층간소음 저감기술이 공간활용성과 사업성이 떨어져 실제 구현에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일반 가구 평균 층고와 동일하게 적용해 라멘구조로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한층 당 기존 층고보다 50cm가 증가해 10층 기준 1~2개 층이 없어지게 돼 건설사들이 수익 저하와 기술적 구현에 어느정도 제약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고성능 바닥구조로 신축하는 경우에도 층간 두께가 증가할 수 밖에 없는데 대략 한층당 3~4cm씩 두꺼워져 30층 이상이면 1개 층이 아예 사라질 수 있다.

구체적 지침 없는 층간소음관리위 의무화

또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의무화' 대책도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한 상태라는 게 장 의원측 인식이다.
관리사무소장·동별대표자 등 갈등조정 비전문가가 관리위원을 맡을 예정인데 매뉴얼, 관리 주체 교육 등 위원회 운영을 향한 구체적인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개선 방안들이 추진된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민원의 당사자인 소비자들의 의견이 거의 들어가지 않고 분양가만 높아져 시공사들만 이득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차 소장은 이어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서울시에서 구성 비율이 50%를 넘었지만 실질적으로 활동이 이뤄지는 비율은 5%이내"라며 "층간소음위원회의 실질적 갈등 조정 활동이 이뤄지기 위해선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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