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0% 성장 위기에도 정쟁으로 날 샐 셈인가
2022.11.08 18:06
수정 : 2022.11.08 18:06기사원문
국내외 기관들은 지금 앞다퉈 저성장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내년 2%대로 예상됐던 성장 전망치는 속속 하향조정되는 상황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8일 '2023년 전망세미나'에서 내년 성장률이 1.7%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앞서 내년 성장률 1.9%를 예상했고, 하나경영연구소는 1.8%를 점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2.1% 전망치를 내놨으나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대로 내릴 것이 유력하다.
1%대 성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0.9%)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내년이 그때만큼 험난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성장 엔진은 현장 곳곳에서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기업들은 공장을 멈추고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다. 거시경제의 세 기둥인 생산, 소비, 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는 '트리플 감소'국면에 들어섰다.
여기에 수출까지 막히면서 우리 경제가 기댈 곳이 없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9월 경상수지를 봐도 그렇다. 2년 가까이 연속 흑자를 냈던 경상수지는 지난 4월 적자를 낸 뒤 계속 아슬아슬한 상태에 있다. 9월 간신히 흑자 문턱을 다시 넘긴 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흑자폭은 90억달러 이상 줄었다. 지난해처럼 수출 호조가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 탓이다. 중국 시장이 뒷걸음질 치고 있고 동남아, 유럽 지역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수출이 밀리면서 치솟는 에너지 비용 상쇄도 쉽지 않다. 경상수지가 흔들리면 대외신인도 추락, 외국인 자금 이탈까지 걱정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사회 전체가 비상한 각오로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2050년 0%대 성장은 인구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까지 겹친 탓이다. 외국 인력을 적극 수용하고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해법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노동, 연금, 교육, 공공 개혁은 말만 많고 여전히 실행이 더디다. 속도를 더 내야 한다.
이 다급한 시기에 정치권은 사사건건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비극적인 이태원 참사의 원인 규명,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뒷전이다. 8일 국회에선 참사 용어를 놓고 여야가 공방까지 벌였다. 매번 이런 식이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엔 현장에 시급한 경제 현안들이 쌓여 있다.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