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중간선거, 바이든-트럼프 대권 도전 휘청

      2022.11.13 13:54   수정 : 2022.11.13 14: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여야가 2024년 대선의 전초전이었던 8일(이하 현지시간) 중간선거에서 양쪽 모두 확실한 승리에 실패하면서 대선 후보 교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에서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고령을 지적하며 '세대교체' 요구가 흘러 나왔고, 공화당은 이미 극단 세력으로 낙인찍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따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지지층 변화, '낡은' 바이든 못 믿어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과 바이든이 내세운 핵심 쟁점은 경제 안정과 낙태권 보호, 민주주의 수호였다.

바이든은 대대적인 사회기반시설 투자와 낮은 실업률을 내세우며 경제성과를 강조했지만 치솟는 물가와 경기침체 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세력이었던 흑인 및 라틴계 유권자들은 비교적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만큼 물가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을 뽑겠다고 밝힌 흑인 유권자는 2020년 대선에 비해 2배 넘게 늘었고 라틴계 유권자도 약 절반이 공화당을 뽑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경합주인 동시에 라틴계 유권자가 많은 플로리다주에서 상원과 주지사 선거 모두 패했다.

민주당을 구한 유권자는 부동층과 갓 선거권을 얻은 Z세대(1996년 이후 출생자)였다. 이들은 낙태권과 민주주의 수호에 호응하며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지만 바이든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바이든의 지지율은 선거 직전에도 43%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월 민주당 의원 및 지역 지도자들이 바이든의 다음 대선 출마를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최고령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은 2024년에 82세가 된다. 그는 대선 전부터 각종 실언과 이상행동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지난 9월 민주당원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재선 출마를 원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10월 말 일반 유권자 조사에서는 27%까지 내려갔다. 뉴햄프셔주에서는 중간선거 다음날 좌파 단체인 '루트 액션' 주도로 바이든의 재선 출마 반대 운동이 시작됐다. 바이든은 아직 공식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재출마 계획이 있다고 밝혔고, 9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초에 출마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매몰된 공화, 기회 놓쳐


공화당은 중간선거 직전만 하더라도 압도적인 승리를 기대했다. 지난 100년 동안 미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승리한 경우는 단 3번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하원에서 우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상원을 장악하지 못했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사실상 비겼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고문이자 선거 전략가였던 칼 로브는 지난 9일 WSJ 기고문에서 "너무 많은 공화당 후보들이 멍청이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후보들이 모금과 유세, 선거 운동 능력 모두 부족한 초보들이었으며, 트럼프의 지지를 받기 위해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인물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꾸준히 반복했던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과 이민자 반대 정책을 그대로 따라했고 정작 민주당의 최대 약점이었던 경제 문제를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 부동층과 Z세대는 트럼프 진영의 해묵은 주장에 싫증을 냈으며 게다가 트럼프가 낙태 반대 주장을 펴면서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 공화당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오히려 민주당이 결집하도록 도와줬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의 저드 그렉 상원의원은 선거 직후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나쁘기 때문에 공화당이 유리할 것으로 봤다. 유권자들이 트럼프, 낙태 반대, 선거부정 음모론을 심판했다”고 말했다. 은퇴를 앞둔 공화당의 팻 투미 상원의원은 자신의 선거구였던 펜실베이니아가 민주당 손에 넘어가자 “전국적으로 급진 트럼프 계열 후보들이 비 트럼프 후보들보다 득표율이 낮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패배의 큰 요인은 트럼프”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선거 전날 유세에서 오는 15일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지에서는 트럼프가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측근들이 트럼프에게 발표 연기를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의 윈섬 시어스 버지니아주 부지사는 10일 인터뷰에서 “진정한 지도자는 자기가 언제 골칫거리가 되는지 알고 무대를 내려가야 할 때를 안다”며,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재선 못하면 둘 다 수사 받아야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대권을 잡지 못하면 조용히 은퇴하기 힘들다. 우선 바이든은 당선 전부터 불거진 차남 헌터 바이든과 관련된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2019년 트럼프 진영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가 2014년에 미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의 환심을 사기 위해 헌터를 임원으로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지에서 부리스마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바이든이 우크라에 외압을 행사해 아들을 빼냈다고 주장했다. 헌터가 일하던 사모펀드는 헌터가 2013년 바이든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지 열흘 만에 중국 국영은행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기도 했다. 동시에 헌터는 2012년에 러시아 재벌에게 4000만달러(약 532억원)를 투자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헌터를 탈세와 불법 총기 구입, 불법 로비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이다. 더힐은 지난 4일 공화당 의원들이 하원 확보를 염두에 두고 헌터를 비롯해 바이든 일가를 겨냥한 의회 차원의 조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역시 수사를 피할 수 없다. 미 하원 의원들은 지난해 7월 민주당 주도로 ‘1·6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같은해 1월 6일에 발생한 의회 난동사건을 조사했다. 특위는 지난달까지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트럼프의 정치적 책임을 지적했고 내란선동에 따른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또한 미 뉴욕주 검찰은 4년 전부터 트럼프의 부동산 기업인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을 수사하면서 트럼프 및 그의 가족들이 대출 및 납세 과정에서 부동산 가치를 조작했다고 의심했다. 트럼프는 지난 8월에 직접 검찰에 출두해 수사를 받았다.
아울러 FBI는 같은달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수색해 대통령 기록물을 회수했다. 사법당국은 트럼프가 공적 재산인 대통령 기록물과 기밀 자료를 퇴임 이후 빼돌려 집으로 가져갔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WP는 8월 칼럼에서 한국을 언급하며 한국에서는 많은 전임 대통령들이 퇴임 이후 투옥되었지만 민주주의가 약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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