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침투' 특전사들의 살벌한 무술배틀
2022.11.15 05:00
수정 : 2022.11.15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각종 첨단화된 무기체계 못지 않게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 중에는 장병의 '근접전투체계'(CQB=Close Quarters Battle) 수행 능력이 있다. 유사시 적진 깊숙히 침투해 근접 사격술, 백병전 기술, 특수한 상황에서의 행동원칙 등을 기반으로한 약 30m 이내의 적과 교전하는 전술체계의 숙달 또한 전투의 승리를 가져오는 중요한 요소다.
14일 군사전문가 등에 따르면 현대전은 첨단 워리어 플랫폼의 발달과 전투원 개개인의 전투 능력 극대화를 위한 장비·장구·피복의 고도화, 생존성 향상을 위한 전투원과 전투체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체계 구축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시대다.
하지만 유사시 적진에 은밀히 침투해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특전사 장병들에겐 어떠한 상황에서든 적을 제압할 수 있는 고도의 육체적·정신적 능력 배양 과정에서 특공무술의 단련은 필수적 요소로 평가된다.
특전사 예하 장병들, 실전 방불케한 진검승부
지난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이천에 있는 육군특수전사령부(이하 특전사)에선 ‘2022년 특수전사령관기 특공무술 경연대회’가 열렸다. 장병들은 실내에 설치된 옥타곤(Octagon) 링에 올라 부대별로 선수들을 응원하는 열기속에 그동안 연마한 특공무술 실력을 선보이며 뜨거운 투혼을 펼쳤다.
시합 중 특공무술은 겨루던 청코너 선수의 얼굴 보호장비가 심하게 벗겨지자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그만! 그만! 양 선수 코너로!" 다시 “땡땡” 마지막 라운드 종소리가 울리고, 옥타곤에서 치열한 전투가 다시 시작됐다. 링 밖에서 감독들은 “그렇지!” “침착해! 거리 유지해!” 수시로 전술을 지시하면서 손에 땀을 쥐었다.
“청 코너 승!” 주심이 청색 선수의 손을 들어줬지만 서로 최선을 다한 터라 마지막은 뜨거운 포옹으로 서로를 격려했다.
이번 대회 특공무술 맨손 자유겨루기 종목은 종합격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선수는 전투복을 착용하고 유효 타격당 점수를 매겨 승부를 가렸다.
개인전에서 남군은 5개 체급으로 나눠 3분 3라운드를, 여군은 체급 제한없이 3분간 2라운드를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했다. 단체전은 7명이 한 팀으로 출전해 7전 4선승제로 승패를 결정했다.
자유겨루기 우승 부부 챔피언 탄생
이번 △맨손 자유겨루기 부문에서 박윤주·제갈민 중사 부부가 나란히 남·여군 각 챔피언에 등극해 화제가 됐다. 챔피언 부부의 무술합계는 도합 16단이다. 박 중사는 “남편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전략분석과 이미지 트레이닝 방법으로 결승전을 준비했는데 그 효과가 있었다”며 “혼자만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특공무술 겨루기 종목에 참석하니 기쁨과 성과까지 두 배가 됐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품새 종목은 부대별로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팀 단위로 예선전을 통과한 상위 5개 팀이 지정 품새와 창작 품새를 연무하는 동안 주심 3명이 동작의 일치성과 연계성, 힘의 완급 조절과 타격 동작 및 부위 정확성, 힘과 기백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격파 종목은 각 부대를 대표하는 5명의 장병이 한 팀을 이뤄 상대 팀보다 많은 조립식 기왓장을 격파하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팀마다 1명씩 포함된 여군들의 활약 또한 눈길을 끌었다.
품새 종목에서 우승한 황금박쥐부대 박주호 대위는 “다른 부대의 품새 영상을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부대만의 창의적인 야전삽 퍼포먼스를 고안해서 연무했다”며 “국민에게 신뢰받고 적이 가장 두려워하는 육군이 되기 위해 훈련 또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육군은 ‘특수전사령관기 특공무술 경연대회’를 매년 정례화해 개인의 전투력을 극대화함은 물론 특공무술의 발전을 도모해나갈 예정이다.
그라운드 제외 메치기 가능한 종합무술
특공무술은 태권도나 합기도와 비교해 실전성이 강조된 형태다. 때문에 특공무술은 빠르게 차는 발차기는 사용빈도가 적고 대부분 기습이나 견제용으로 사용하며 일반적으로는 하단, 중단, 상단 발차기 모두 상대에게 최대한 충격을 주기 위해 체중을 더 많이 실어 강하게 차는 것을 선호한다.
경기 규칙은 그라운드는 허용하지 않지만 유도와 씨름에서 사용되는 다리걸기와 우슈 산타 혹은 택견과 비슷한 모양새의 메치기가 허용된다. 한국식 합기도의 방족술과 입식 상황에서의 팔꺾기 등의 관절제압술, 태권도의 발차기를 사용하며 권투처럼 주먹을 이용한 안면타격도 제한없이 허용된다. 또한 레슬링, 삼보처럼 다리잡아 메치기 역시 허용된다.
특공무술은 보호구를 도복 밖에 입고 주먹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권투용 글러브를 착용한다. 글러브 때문에 손가락을 쓸 수 없어 대동류식 관절기가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상대방의 다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서있는 상태에서는 유술처럼 상대의 몸에 직접 팔을 둘러감은 후 메치거나 자유형 레슬링처럼 하단으로 파고들어 오금이나 엉덩이를 붙잡고 밀어 넘어트리거나 들어올린 후 땅에 내려꽂는 등의 종합격투기와 흡사한 테이크다운 기술을 사용한다.
전체적인 모습은 우슈 산타와 비슷한데 그라운드 싸움과 클린치 상태에서 무릎, 팔굽 등을 이용한 더티복싱은 제한하지만 글러브, 헬멧, 몸통보호대를 착용한 근접 상태에서 공방을 벌이는 풀컨택트 격투기라고 할 수 있다.
경기의 겨루는 형태를 요약하면 '전신 방어구로 무장하고 권투 주먹+태권도 발차기+택견 메치기+레슬링 태클 동작을 모두 사용한다.
특공무술의 뿌리, 대한민국 특전사
특공무술은 '특전사가 창시부대이며 특전요원들이 창시한 전장무술(戰場武術)이 특공무술'이다.
초기엔 목도·봉·단검·도끼·야삽 등을 가지고 특전작전을 수행하는 '특전무술'로 불리다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창설된 특전사 소속 606부대가 1978년 7월 대통령경호실에 배속되면서 기존 무술들의 장점을 합한 실전 종합무술로서 체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공무술은 몇몇 창시자로 알려진 1세대 인물이 있지만 군용 무술은 각 부대의 특성에 따라 새로운 무술을 흡수하고 변화하는 만큼 창시자나 계보 논쟁은 큰 의미는 없다고 평가된다.
특전사 뿐만 아니라 특공대, 수색대대, 기동대대, 지상정찰중대, 군사경찰특임대, 경비부대, 국군정보사령부 특임대 또한 특공무술을 수련한다. 해병대 일부 부대에도 1990년대 중반부터 '무적도'라는 이름으로 보급돼 있다.
적과 마주하는 장병들의 강건함은 전투력과도 직결된다. 장병들에게 무술을 연마하도록 하는 것은 전장상황에서 부닥치는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고 생존력을 높일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그와 연결된 정신 전력 강화에도 여전히 효과적 수단이다. 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임무의 선봉에 선 특전사 장병들의 투혼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