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시위' 외국 세력 탓 中 속내는? 시위는 진행형

      2022.11.30 16:10   수정 : 2022.11.30 16:10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규제에 항의하는 이른바 ‘백지 시위’를 외국 세력이 배후에서 조종한 범죄로 돌리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시위 간섭을 차단하고 중국 내 시위 확산의 기회를 없애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제로코로나에 대한 정부 신뢰 하락을 회피하고 강압 단속을 위한 명분의 속내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가 방어’혹은 ‘안정·안보’라는 탈출구로 쓸 수도 있다.

30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의 공안 사령탑인 중앙정법위원회는 지난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적대세력의 침투 및 파괴 활동과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위법 및 범죄 행위를 결연히 단속해 사회 전반의 안정을 확실히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법위는 사회질서 교란 행위가 무엇인지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전역에서 시위가 일어난 시점과 맞물리면서 이들 시위 행위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적대세력’은 외국의 반중국 세력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 배후세력이 중국으로 들어와 시위를 선동한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공안 당국이 각국 대사관과 밀접한 량마차오루나 르탄 공원 일대에 병력을 대거 투입해 삼엄한 경계 태세를 유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법위는 그러면서 ‘위법·범법 행위 결연한 단속’을 언급, 향후 강력 진압 방침을 분명히 했다.

만약 중국 당국의 주장처럼 현재 시위 배후에 실제 외부 세력이 존재한다면 미국·영국·독일 등에서 요구하는 중국 평화 시위 보장 요구에 대응하는 논리가 될 수 있다. 강력한 진압을 펼치더라도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고 안보를 흔들려는 악의적 세력에 대항하는 정당한 공권력 집행으로 포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시위 참가자는 외국 세력에 흔들리는 매국노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과 분리시킬 수 있다. 이럴 경우 제로코로나 반대 시위라는 명분에 의심이 덧씌워지기 때문에 동력은 약해 가능성이 높다. 시위가 정권 비판으로 흐르면 홍콩 민주화운동 때처럼 국가전복 혹은 내란 행위를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로코로나 자체의 신뢰도 하락을 희석 시키려는 의중도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강력한 봉쇄는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외국 세력의 불순한 의도에서 나온 거짓말이라는 취지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시위 이후 제로코로나 정책을 “과학적으로 올바르며,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라고 평가하거나, 중국 연구진이 “마스크 안 쓰고 공원서 35분 조깅하다 39명 감염시켰다”는 내용을 공개한 것도 비슷한 관점에서 이해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 의도와 별개로 저항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 CNN 방송 등은 소셜미디어를 인용,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주민들이 흰색 전신 방호복을 입은 시위 진압 경찰과 다시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베이징대, 칭화대,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 중국 안팎에서 175개 대학이 시위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외신은 이런 시위의 물결이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중국 코로나19 발생 내부고발자(whistleblower)인 고(故) 리원량 박사(34)의 웨이보 추모 게시판에 “3년이 됐지만 모든 것이 여전하다”는 글을 올렸다.

리원량은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대중에 알린 인물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를 유언비어 유포자로 취급했다. 중국은 뒤늦게 코로나19를 공식 인정했지만 그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다 자신도 감염돼 사망했다.

네티즌들은 리원량의 웨이보 마지막 게시물 댓글 창을 ‘통곡의 벽’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묘비인 이곳은 현재까지도 중국 시민들의 희망과 꿈, 걱정, 비판 의견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엔 30일 기준 100만개 이상의 댓글과 437만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렸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