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브레이커' 빠른 년생 사라진다…병역·임피제 등은 혼란 가중

      2022.12.09 05:00   수정 : 2022.12.09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994년 1월생인 A씨는 종종 ‘족보 브레이커’라는 소리를 듣는다. 실제 태어난 해는 1994년이지만 학교를 일찍 들어가 친구들은 1993년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걱정을 덜게 됐다.

최근 나이 세는 방식을 ‘만 나이’로 통일해 사용하는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A씨는 ‘진작 그랬어야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꼬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들기 시작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한 살’로 나이를 세는 방식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앞으로는 사법, 행정 분야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모두 ‘만 나이’ 사용이 통일된다. 이와 관련,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더 꼬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 6월부터 '만 나이'로 통일

여야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가결했다.

현재 사법과 행정 분야에서 나이는 민법에 따라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태어났을 때부터 한 살로 세는 ‘세는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연 나이’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내년 6월부터는 나이 계산을 할 때 태어난 연도를 0살로 하게 됐다. 여기에 나이 계산시 태어난 날을 포함하게 됐다. 출생 후 1년까지는 수 개월로 표시한다.

이와 관련, 상당수 사람들은 “애매한 부분이 사라졌다”며 환영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더 꼬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온라인 등에서 지적된 점은 해당 개정안이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직장 임금피크제, 병역의무 이행, 청소년 음주 구입, 연말정산 등은 각각 고령자고용촉진법, 병역법, 청소년 보호법, 소득세법 등에서 나이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법이 개정되더라도 많은 부분에 적용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았다.

"나이 관련 법들 수정해야 효력"

대표적인 예시가 올해 3월 대법원 판결이 난 ‘남양유업 노사 임금피크제’다.

남양유업 노사는 지난 2014년 7월 단체협약으로 정년을 만 56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조합원의 근무 정년을 만 60세로 하며, 56세부터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고 기재했다. 이때 임금피크제가 시작되는 나이 56세가 ‘한국 나이’인지 ‘만 나이’인지에 대해서 노사 갈등이 불거졌다. 시민 A씨는 “해당 내용은 결국 대법원이 판결에서 ‘만 55세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특별 규정이 있는 법 등이 남아있어 혼란을 더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군대를 갈 수 있는 나이는 언제로 정해지는지, 대학교 1학년이 된 학생들이 술을 구매할 수 있는지 없는지 등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당장 개정안이 내년 6월이면 시행되는 만큼 관련 법도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내년 상반기 개별 법령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법제처는 내년 3·4분기 안으로 여론 수렴, 용역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따라서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은 사실상 그 이후일 것으로 예상된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이른바 ‘한국나이’를 사용한지 굉장히 오래됐기 때문에 공표를 하더라도 혼란은 오래 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만 나이가 전 세계에서 택하고 있는 표준 계산법이기 때문에 나이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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