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전쟁 게임체인저, 어뢰의 끝판왕 '초공동어뢰'

      2022.12.13 05:00   수정 : 2022.12.24 00: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어뢰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수중 공격용 무기다. 빠르면서도 조용하게 멀리 있는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느냐가 어뢰의 첨단 무기능력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다. 수중에선 사람의 움직임이 평지와 다르듯 어뢰 역시 물의 저항성과 마찰에 따른 속도 저하와 소음을 극복하고 정밀 타격하는 정확도가 생명이다.

기존 어뢰의 개발 방향은 탐지·통신·유도체계의 개선과 수중에서 소음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형상을 매끄럽게 하거나 추진 동력과 에너지 효율을 높여 속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수중 저항성으로 인해 어뢰가 목표물을 따라가는 속도의 경우 최대 시속 110km 정도가 거의 한계점이었다.


한국 해군의 어뢰 '백상어'는 수중에서 최대 시속 65km(35노트), '범상어'는 최대 시속 111km(60노트)의 속력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을 극복한 초공동 어뢰(Supercavitating Rocket Torpedo)는 최고 시속 800km를 웃도는 충격적인 속도로 수중에서 목표물을 타격해 '바닷속 미사일'로 불린다.

초공동 어뢰 개발의 실마리는 공동현상(Cavitation)으로 주로 선박에서 물체의 후방에 달린 추진 프로펠러가 수중에서 동력을 전달받아 회전할 때 유체표면에 압력변화로 인해 부분적으로 공기 방울이 생김으로써 발생한다.

이는 소음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추진효율과 추진체계에 물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속도저하를 유발해 많은 연구자가 공동 현상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오히려 물체의 앞쪽에 공동현상을 발생시켜 수중무기인 어뢰 전체를 공기로 뒤덮어 물속에서 일종의 공기터널을 만들어 물과의 마찰 저항성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초공동 기술(Supercavitation)을 개발하게 된다. 이런 기술을 적용, 어뢰의 속도 제한성을 극복한 무기체계가 바로 초공동 어뢰다.


초공동 어뢰, 사거리·소음·방향 전환 극복 '진화 중'

하지만 1990년 구(舊)소련이 개발한 '시크발' 초공동 어뢰는 유도기능이 없고, 소음이 크고 방향전환 제한과 사거리가 10여km로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넘어서기 위해 미국은 1990년대부터 활발히 연구·개발 중이며 독일과 공동으로 초공동 어뢰 전력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에서는 1997년에 수중에서 최초로 음속(초당 1500m=2916노트)보다 빠르게 물체가 항주하는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후의 개발 진행현황은 극히 제한된 정보들만 공개됐으며, 미국 해군연구소(US Office of Naval Research)에서 장기과제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미국 해군연구실 어뢰개발 분야 담당자는 2004년 인터뷰에서 초공동 어뢰를 전력화하려면 15년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어뢰 강국 독일은 이미 2005년 5월 초공동 어뢰 '바라쿠다'를 실용화해 시속 800km(432노트)를 상회하는 속도로 유도기동이 가능한 진일보한 초공동 어뢰를 공개했다. 개발사인 다이엘 BGT 디펜스와 알타스 엘렉토닉은 러시아의 초공동 어뢰 '시크발'의 요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의 속도다.

의외로 이란 혁명수비대도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핵프로그램 포기를 압박에 반발해 2006년 4월 '위대한 예언자' 해군 훈련 기간에 폭약을 탑재하지 않은 '후트(Hout, 고래)'라는 모의 어뢰를 수상함에서 발사해 수중에 있는 잠수함 표적을 맞히는 데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러시아에서 수입한 1세대 초공동 어뢰 시크발을 역설계한 방식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어뢰는 발사 때에는 일반 어뢰처럼 어뢰발사관에서 발사돼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얻지만, 일정한 거리를 지나면 로켓이 액체 연료를 태우면서 급가속하고 공기막까지 형성해 항주하는 일종의 수중 미사일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도 초공동 어뢰 전력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단점 해결을 위해 발사 초기 일반어뢰처럼 발사하고 이후 초공동 어뢰로 항주한 후 속도를 줄여 일반어뢰처럼 목표물 탐색과 식별 후 목표물 거리에 근접해서 타격을 가하는 타입으로 개발 중으로 알려졌다.

초공동 잠수함·수상정·수중 탄환·수중 이동체도 개발 본격화

초공동 기술은 어뢰, 잠수함 뿐 아니라 초공동 탄환과 같은 특수전 분야, 고속 수송체에 적용한 전투지원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시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2001년 보고서엔 이론적으로 초공동 선박은 수중에서 시속 5천80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대서양과 태평양을 각각 약 60분과 100분에 횡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19년 4월 러시아에선 항속거리 약 1만km의 핵추진 수중 대형 드론 ‘포세이돈(Poseidon)’을 탑재한 특수목적 핵추진 잠수함 ‘벨고로드(Belgorod)’함을 진수했다. 약 2메가t 위력의 핵무장 탑재가 가능한 직경 1.8m 이상, 길이 약 24m인 포세이돈은 스텔스 모드로 기동하다가, 타격지점 2~3km 떨어진 위치에서 타격모드로 전환해 시속 180km로 급가속해 타격하는 식의 설계가 돼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위협적인 전략무기로 판단하면서도 공개 정보의 제한으로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줄리엣 마린 시스템즈에서는 지난 2011년에 초공동 기술을 적용 동일 크기의 선박 대비 900분의 1 정도의 수상 마찰력을 실현한 ‘고스트(Ghost)’라는 수상정 시제품을 공개했다. 본체는 수면 위 대기 중에 위치하고 본체와 연결된 두 개의 초공동 추진체만 수중에 위치하는 구조로 해수와의 마찰을 최소화함으로써 그만큼 연료소모가 적으면서도 시속 93km(50노트) 이상의 고속으로 장거리 항해가 가능하다.

2019년 말경 미군에서는 노르웨이 방산업체 DSG에서 개발한 CAV-X 초공동 탄환에 대한 수중 발사시험을 실시했다.

기존의 일반 소총탄의 수중 '최대사거리는 15m 정도'이며 권총탄의 수중 사거리는 3∼5m에 불과할 뿐 아니라 위력도 현저히 저하되는 데 비해 이 초공동 탄환은 수중에서 60m 거리까지 파괴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정확한 타격이 가능했다고 발표했다
공동발생기와 금속분말고체로켓추진기가 핵심

초공동 어뢰 설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어뢰의 수중체 앞쪽에 장착된 공동발생기(Cavitator)다. 공동발생기에서 발생시키는 기포로 공동(Cavitation)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는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수중에서 이동하는 물체의 속도가 높아지면서 압력이 낮아져 형성되는 자연 초공동(natural supercavitation)을 가속화 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에서 캐비테이터 후방에서 압축가스를 분사해 발생시키는 인공 초공동(artificial supercavitation) 또는 환기 초공동(ventilated supercavitation) 발생 기술이 초공동 어뢰의 핵심인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자연 초공동이 발생되기 전까지 마찰 저항을 줄여 추진효율을 높이고 불균일한 유체력을 감쇠, 주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하나의 핵심은 일반 어뢰 같은 프로펠러 방식이 아닌 로켓추진기이다. 공동에서는 기존 수중체에서 사용하는 추진기인 스크루는 해수와 닿을 수 없어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초공동 수중체에는 로켓 추진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그것도 일반고체로켓 추진기는 에너지 파워가 약해 금속분말 형태의 해수반응 연료와 카나드로 해수를 흡입해 사용하는 해수흡입형 로켓추진기라는 특수기관을 사용한다.

나노화된 금속(산화제)분말을 연료로 이용하는 이유는 반응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금속의 표면적을 넓혀 쉽게 연소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금속 연료는 국방이나 무기 등 특정 분야에서 널리 쓰여 왔다.

이러한 원리는 로켓이 생성하는 에너지가 커질수록 화염이 불안정해지는데, 금속 분말이 이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며 주 연료나 산화제보다 금속 분말이 무겁기 때문에, 화염의 관성력이 커지면서 화염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소가스는 별도로 이용해 공동발생기의 기포를 가속함으로써 공동현상을 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은 고체로켓 금속산화제를 나노 수준으로 분말화하는 기술은 최고 수준으로 독일의 초공동 어뢰 시속 800km의 '바라쿠다'에 근접하게 연구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태 지역 게임체인저 부상 가능성

초공동 무기는 냉전시대부터 현재까지 거의 반세기 넘게 많은 기술적 진전과 응용사례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효성이 완전히 입증되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획기적인 만큼 극복해야 할 한계점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개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실전 작전운용능력이 확보되면 기존의 수상, 수중전뿐 아니라 전쟁의 판도를 바꾸게 될 게임체인저로써의 가능성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이미 기반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2011년 쉬크발 연구논문이 국과연 연구원들의 논문으로 나온 것으로 미루어 1990년대 중 후반부터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초공동 어뢰 모형과 영상을 통해 개발성과를 2015년 ADEX(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사업 전시회)에서 공개하면서 2014년부터 초공동 어뢰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해군은 일본에 비해 전체 함정 톤수에서 3분 1 수준이며 중국에 비해선 함정 톤수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리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북한에 대비한 전력의 보강뿐 아니라 이러한 이유로 해군의 비대칭 무기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히 강조되고 있다.

일격필살의 무기로서 초공동 어뢰는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한국이 사거리 100km와 시속 800km 바라쿠다에 준한 요건에 목표물 탐색과 유도를 할 수 있는 파괴력을 높인 차세대 초공동 어뢰 개발과 실전배치에 성공한다면 중·일이 보유한 해군함정의 규모를 극복할 수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해군 전력 구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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