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게 해주세요"..애원한 초등생 성폭행한 20대..항소심서 '감형' 왜?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초등학생을 무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저지른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징역 9년으로 감형 받았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부장판사 황승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5)의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A씨는 추가로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 제한을 명령받았다.

앞서 사건은 지난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에 발생했다.

당시 강원지역 한 스키장 인근 스키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뒤 한 학생으로부터 B양(12)을 소개받았다.

A씨는 B양에게 파티를 할 것이라며 자신의 차량에 태웠지만, 정작 향한 곳은 파티 장소가 아닌 무인텔이었다.

무인텔에 도착한 A씨는 B양에게 맥주 등 음주를 권했고, 이내 성매매를 강요했다. 하지만 B양이 "집에 가게 해달라"며 관계를 거부하자 협박 등을 범하고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성폭행 혐의를 인정했다.

1심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A씨에 대해 "범행의 동기와 경위, 내용 등에 비춰 사회적 비난 가능성과 엄벌에 처해야 할 필요성이 상당히 높다. 피해자는 해당 사건으로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1심 판결이 가볍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A씨는 양형부당과 사실 오인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보다 낮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고 있는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 의사를 밝히고 있고, 피고인 가족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점, 범죄 전력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e-mail]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