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이 주는 휴식…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 산책로가 열린다
2022.12.16 04:00
수정 : 2022.12.16 04:00기사원문
■타이밍이 중요한 아름다운 섬 '웅도'
사랑의 완성에 타이밍이 중요하듯 웅도를 방문하는 사람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유두교는 '웅도 잠수교'라는 이름으로 최근 인스타그램의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달이 지구에 주는 선물, 간조와 만조에 따라 바닷물이 다리의 복숭아뼈 부근까치 차오른다. 다리 난간에 기대어 사진을 찍거나 다리의 중앙에 두 연인이 나란히 서서 뒷모습을 찍는 사진이 가장 유명하다. 단 바닷물이 차고(만조) 빠지는(간조) 시간을 체크해야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웅도'라는 이름은 섬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곰이 웅크리고 앉은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웅도는 면적 1.58㎢의 작은 섬으로 뭍에서 불과 7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가로림만 내에 있는 여러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육지와 연결된 마을이 되기도, 섬마을이 되기도 한다.
웅도 내부로 들어가면 웅도에서 갯길(갯벌길)을 따라 다시 웅도와 연결된 또 다른 섬인 '조도'로 갈 수 있다. 웅도는 41가구가 사는 작은 섬이고, 조도에는 60대 노인 단 1명만 살고 있다고 한다. 웅도를 떠나며 차 안에서 본 '조도'의 모습은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형태와 꼭 같았다.
어민들은 웅도와 조도의 갯벌에서 5~6월에 주로 조개를 채취하며 살아간다. 갯벌길 중간에 있는 커다란 목욕탕 형태의 사각형 우물은 갯벌에서 캔 조개를 씻기 위한 공간이다. 유튜브에 '벌천포 머드맥스'라고 검색하면 이곳에서 경운기를 몰고 조개를 채취한 뒤 의기양양하게 돌아가는 어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웅도 마을회관을 지나 섬 안쪽으로 들어가면 밑둥은 하나지만 나뭇가지가 아홉 개로 갈라진 반송을 만날 수 있다. 그 모습이 쟁반 같다고 해서 '웅도 반송'이라 불리는 이 소나무는 400여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꼬리가 아닌 머리가 아홉 달린 승천하는 용의 모습 같기도 하다. 이 반송은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있어 관광객들이 소원을 빌기도 한다.
김재신 문화관광해설사는 "웅도는 '서산 9경'에 포함되지 않은 숨은 명소"라며 "유두교 인생샷을 찍기 위해서는 만조 시간 1시간 전에는 여유있게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산 9경 중 첫번째 '해미읍성'
서산 9경은 △서산 해미읍성(사진)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간월암 △개심사 △팔봉산 △가야산 △황금산 △서산 한우목장 △삼길포항이다.
서산 9경 중 제1경인 해미읍성은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읍성 중 하나다. 읍성은 '도성'과 달리 지방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적, 행정적 기능을 담당하던 곳이다. 해미읍성은 성곽 둘레 1800m, 높이 5m, 면적은 약 20만㎡(약 6만평) 규모다.
과거에 성곽이 일부 허물어지고, 성 안의 건물이 철거되며 폐성됐다. 이후 그 자리에 해미초등학교와 우체국·민가 등이 들어섰으나, 1973년부터 읍성 복원사업을 실시해 원형으로 복원됐다.
서산시 관계자는 "큰 침략이 없고, 성벽을 쌓을 때 공사하는 인부들이 각자의 이름을 써넣고 무너지면 처벌을 받는 방식(각자석)으로 쌓아 조선시대 성곽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됐다"며 "성벽의 바깥은 벽돌이고 안에는 흙을 비스듬히 쌓았는데 이는 외성벽이 대포에 맞아도 무너지지 않고, 안에서는 물자 수송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579년에는 충무공 이순신이 해미읍성에 병사 영의 군관으로 부임해 10개월간 근무하기도 했다. 적군의 접근을 어렵게 하기 위해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성 주변에 둘러 심었기 때문에 '탱자성'이라고도 불렸다.
해미읍성은 조선 말 천주교도들의 순교 성지로도 유명하다. 천주교 박해 당시 관아가 있던 곳으로 충청도 각 지역에서 수많은 신자가 잡혀와 죽임을 당했다. 특히 1866년 박해 땐 1000여명이 이곳에서 처형됐다고 한다. 실제로 읍성 광장에는 대원군 집정 당시 체포된 천주교도들이 갇혀 있던 감옥 터와 나뭇가지에 매달려 모진 고문을 당했던 노거수(老巨樹) 회화나무가 서 있다.
해미읍성 광장을 가로질러 안쪽으로 들어가면 108계단이 나온다. 돌계단을 하나씩 세면서 오르면 정확히 108번째 계단 위에 있는 정자 '청허정'과 만난다. 청허는 '잡된 생각이 없이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다. 내려오는 길에는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대나무 숲길이 있다. 해미읍성 인근에 있는 씨앗호떡 집은 과거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와 현재도 여전히 긴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맛집이다.
■낙조의 백미 '간월암'
고찰과 함께 서해의 낙조를 즐길 수 있는 간월암(사진)도 시간을 내서 가볼만한 여행지다.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있는 작은 암자로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창건했다.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간월암이라고 불린다.
1980년대 진행된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인해 간월도는 육지와 연결됐다. 하지만 지금도 하루에 두 번 만조 때 섬이 되고 간조 때는 뭍이 되는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만조 시에는 물 위에 떠 있는 암자처럼 느껴진다. 밀물이 들어오면 물 위에 떠 있는 연꽃과 같다고 해서 '연화대'라고도 불렸다.
이곳에서 수행하던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보낸 어리굴젓이 궁중의 진상품이 됐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굴의 풍년을 기원하는 '굴부르기 군왕제'가 매년 정월 보름날 만조 시에 간월도리 어리굴젓 기념탑 앞에서 벌어진다. 날이 맑으면 간월암 위에서 푸른 바다가 시뻘건 태양을 삼키는 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