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치솟는 유럽, 전기차 유지비가 휘발유보다 비싸
2022.12.26 14:59
수정 : 2022.12.26 14: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천연가스가 끊기면서 전기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유럽에서 전기차 충전비가 휘발유 가격을 추월하는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현지 매체들은 전기차 가격 역시 오르고 있다며 유럽 내 전기차 보급이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유럽에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원인은 전기료다. 신문은 비록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미 전기차 테슬라 운전자들의 보고를 토대로 측정한 결과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 테슬라 모델3로 약 161km를 주행하려면 18.46유로(약 2만5100원)를 써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지난 9월 기준이며 고속 충전소를 이용할 때 드는 요금이다.
WSJ는 미 환경보호청(EPA) 연비 기준으로 모델3와 동급인 휘발유 차량이 혼다 시빅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독일에서 같은 9월 시점으로 161km를 주행하기 위해 필요한 휘발유 가격이 18.31유로(약 2만4900원)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기차들의 충전 비용도 오름세다. 유럽의 전기차 고속충전 브랜드인 알레고의 충전기를 기준으로 측정한 결과 BMW의 미니 쿠퍼 전기차가 161km를 주행하기 위해 드는 충전 비용은 26.35유로(약 3만5800원)이었다. 동급의 가솔린 미니쿠퍼 주유비는 20.35유로였다. WSJ는 같은 기준으로 현대의 소형 SUV인 코나 전기차 주행 비용이 22.95유로라며 같은 체급의 닛산 로그(19.97유로)의 주유 비용보다 비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전기차를 상용 충전소가 아닌 자택에서 충전한다면 돈이 적게 들겠지만 그 가격 역시 오름세라고 설명했다. 이달 독일의 가정용 전기료는 1kWh(킬로와트시)당 평균 0.43유로로, 하반기 이후에만 30% 가까이 올랐다. 몇몇 전기 회사는 다음달 전기료를 0.5유로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WSJ는 동시에 전기차 가격 자체가 오르고 있다며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 언스트앤드영에서 영국 내 전기차 사업을 담당하는 마리아 뱅슨 파트너는 “우리는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전기차 보급이 2023~2024년에 변곡점을 맞는다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그 변곡점은 2026년으로 늦춰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EAMA)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유럽내 전기차 판매량은 25만9449대로 2·4분기보다 11% 늘었다. 전년 동기보다는 22% 증가했다. 3·4분기 유럽내 신차 판매 중 전기차의 점유율은 11.9%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