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처벌은 솜방망이... 작년 1만2387명 검거 '최다'
2023.01.10 18:00
수정 : 2023.01.10 18:06기사원문
#지난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에 대해 재판부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추징금 3985만7500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9회에 걸쳐 4500만원 상당의 필로폰을 매수하고, 공동투약 5회를 포함해 14회에 걸친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다.
마약사범에 대한 양형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2387명으로, 전년 대비 16.6% 늘었다. 이는 역대 최다였던 2020년(1만2209명)을 넘어선 수치다. 마약사범 검거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정부가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영향이 크다. 문제는 검거된 마약사범에 대한 실제 양형이 법이 정해놓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행 마약류 관리법에 따르면 마약류 단순 투약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 마약류를 제조하거나 유통하면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지난해 대검에서 발간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살펴보면 2021년 선고된 마약류 범죄 1심 판결 4747건 중 2089건(44.0%)이 집행유예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벌금형도 205건(4.3%)에 달했다. 실형이 선고된 경우에도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나온 판결은 20건(0.4%)에 불과했다. 실형 판결 중에는 1년 이상 3년 미만의 징역형이 1410건(29.7%)으로 가장 많았고, 1년 미만의 징역형도 463건(9.8%)이었다.
이에 따라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지난 2011년 3월 제정된 이후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 개정을 통해 대량범에 대한 형량기준이 일부 강화됐다. 하지만 마약류 투약 및 단순 소지와 매매·알선, 수출입·제조의 형량 범위와 감경·가중 요인 등은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마약범죄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던 상황의 양형에 근거해 현재의 양형기준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재검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영란 양형위원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양형기준 개정 추진 방침을 시사했다.
전문가들도 낮은 양형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을 우려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돈스파이크 1심 집행유예 선고에 대해 "전과가 있고 공적인 인물인 점을 감안할 때 경각심을 울리는 차원의 양형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마약 범죄는 집행유예에 불과하구나'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