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비행' 송골매 "밴드음악 진수 맛보길"
2023.01.18 17:32
수정 : 2023.01.18 17: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스무 살 청춘이 어느덧 환갑이 됐다. 1980년대 청춘들의 심장을 두드렸던 송골매가 설 연휴 안방극장을 찾는다.
배철수와 구창모가 40년 만에 TV쇼에 출연한다.
송골매는 지금은 라디오 DJ로 더 유명한 배철수를 중심으로 결성된 밴드로 1980년대 록음악을 한국 대중음악 주류로 끌어올린 전설적인 밴드다. 지난해 32년 만에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을 개최했다.
나훈아·심수봉·임영웅 이어 KBS 설 콘서트 출연
KBS는 2020년 나훈아를 필두로 심수봉, 임영웅 콘서트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송골매다.
편은지 제작 PD는 18일 KBS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송골매를 택한 이유로 “송골매의 음악은 남녀노소 다 좋아한다”라며 “특히 오늘날 대중음악이 아이돌과 트로트로 양분되어 있는데 음악적 취향이 다른 장르, 특히 록에 심취해있는 청중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1980년대 청춘이었던 세대들은 지금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그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배철수, 구창모에게도 이번 무대는 특별하나 그들을 기다린 팬들에게 특별하다”고 부연했다.
구창모는 공연 소감을 묻자 “첫사랑에 빠졌을 때보다 10배 더 설렜다”고 말했다. 배철수 역시 “40여년 만에 구창모와 함께 노래했는데, 이 정도로 호응해줄지 몰랐다”며 “40여년전 음악이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나, 무대서 노래하는 동안 늘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송을 위해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0일 일산 킨텍스에서 5000여명의 팬들과 함께 했다. 당시 송골매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모두 다 사랑하리’, ‘빗물’,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 히트곡을 열창했다.
구창모는 이날 이번 설 특집 콘서트로 이어진 ‘열망’ 전국투어를 감격스레 떠올렸다. 음악을 가까이했던 배철수와 달리 구창모는 오랫동안 음악과 무관한 일에 종사했다.
구창모는 “지난해 전국투어 콘서트를 위해 두 달 가량 연습했는데 그때만 해도 설렘이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첫 공연이 9월 11일 오후 7시였는데 15분전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큐 사인이 떨어지고 영상이 나오는데 내 살면서 그렇게 소름 돋았던 적이 없다. 첫 공연은 흥분 200프로, 긴장 200프로였다. 내가 어떻게 걸어 나가서 노래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배철수 역시 “평소 내 표정이 덤덤해서 그렇지 구창모와 마찬가지로 무척 긴장했고, 마음이 복잡했다”며 “공연하는 내내 행복했다고 말했는데 진짜 행복했다”고 감격해했다.
“40여년 만에 공연하는데, 너무 일을 크게 벌인 게 아닌가, 객석이 너무 넓어서 걱정이 컸다. 근데 객석을 다 채운 관객을 보면서 꿈을 꾸나, 실감이 안 났다”며 그때의 감동을 언급했다.
이선균·장기하와 얼굴들·엑소 수호 특별 출연
이번 공연에는 인기 리에 방영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송골매의 ‘아득히 먼 곳’을 부르며 화제가 됐던 배우 이선균과 송골매의 ‘모두 다 사랑하리’를 리메이크하며 음원으로 발표한 엑소(EXO) 수호 그리고 1980년대 송골매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가 출연하여 송골매와 콜라보레이션 공연을 펼친다.
편은지 PD는 “수호와 장기하는 섭외가 어렵지 않았다”며 “이선균은 섭외는 반겼으나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출연을 결정한 뒤에는 연습용 음원을 요청하며 아주 애써주셨다. 알고 보니 이선균 배우 누나가 송골매의 열성팬이라고 하더라”며 비화를 전했다.
구창모는 “세 분 색깔이 다 달랐다. 각자 색깔로 잘 소화해주셨다. 젊은 세대에 동화되는 기분도 들었다”고 즐거워했다.
배철수는 음악의 다양성을 언급하며 이번 방송이 다양한 음악 장르에 관심갖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그는 “부모 세대가 트로트만 좋아한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오히려 우리 세대가 록을 많이 들었다. 설이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모든 세대가 다 모이는데, 다양한 음악 장르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특히 그는 “송골매 노래가 또 장르가 다양하다. 밴드음악의 진수를 맛보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구창모 역시 “송골매만의 특색이 있다. 배철수와 나 둘이 노래하는데, 서로 닮은 점이 하나도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다. 배철수는 한국적인 록을 들려줬다면 나는 대중적인 노래를 많이 불렀다. 다양한 색깔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렇다면 이번 무대가 국내에서 접하는 송골매의 마지막 공연일까?
배철수는 “KBS 방송을 끝으로 끝난다”며 “사람 일은 모르나 현재로선 그렇다. 다시 음악을 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반면 구창모는 “인생과 세상 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배철수는 이번 방송을 자신하며 “두 시간 넘는 공연이라 자칫 지루할까 생각할 수 있으나, 우리 음악은 장르가 다양하다. 구창모의 솔로 무대도 준비돼 있다. 발라드, 세미트로트, 포크적인 무대도 있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행복이 여러분의 가정에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송골매는 이번 공연 실황을 LP음반으로 발매할 계획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