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도 黨心도 얻지못한 나경원의 장고끝 악수되나
2023.01.25 16:39
수정 : 2023.01.25 16: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25일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계과의 거듭된 갈등 끝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나 전 의원이 특정 후보와의 연대설에는 선을 그은 가운데 내년도 차기 총선을 앞두고 당분간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당권 도전 포기를 밝혔다.
어두운 표정으로 당사에 등장한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영원한 당원'의 사명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대표 불출마 결정이 당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면서 '어떤 후보나 다른 세력에 의한 압박' 혹은 '지지율 하락'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당원과 당권 주자들을 겨냥한 듯 '마지막 간곡한 호소'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정당은 곧 자유 민주주의 정치의 뿌리"라며 "포용과 존중을 절대 간직해야 한다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구태여 말하기엔 적절치 않을 것 같다. 당대회를 통해 화합하고 통합하고 미래로 갔으면 한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어왔다.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이 언급한 '헝가리식(출산시 대출 탕감) 출산 대책'을 비판하자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했고, 대통령실은 해당 직 및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하는 과정에서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당내 친윤계그룹과 초·재선 그룹 등이 나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압박하면서 대통령실과 친윤계와 대척점에서 서는 데 대해 커다란 부담이 불출마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 스스로 범 친윤계로 설정했지만, 친윤계의 반대가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당 대표 출마시 안정적 당선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것이 당권 포기 한 배경으로 꼽힌다. '당 대표까지 출마했다가 낙선할 경우 향후 당내 역할과 지분을 잃을 것'이란 우려감이 불출마 결단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거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본인 스스로 친윤계를 표방하면서 당권 도전을 검토했지만 중간 윤 대통령의 진의 언급 논란을 비롯해 이후 윤 대통령을 향한 사과 이후 불출마 최종 결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결국 윤심(윤대통령 의중)을 얻지 못하고 당내 비토세력까지 확산되자 '승산없는 승부'에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가 됐다는 분석이다.
나 전 의원은 앞선 21대 총선, 서울시장 경선, 당 대표 3번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데 이어 이번 불출마 선언과정에서 보여준 당권주자 답지 않은 스탠스로 인해 향후 당내 입지와 역할은 더욱 쪼그라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당내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의 자진 포기가 안철수 의원이나 출마가 점쳐지는 비윤계 주자 유승민 전 의원 등 반윤계 주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데다 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김기현 의원 등과의 관계설정도 애매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비윤으로 찍히는 것이 두려워 포기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대통령실을 지켜보며 조용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