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그 드라마의 향기가 난다
2023.01.27 04:00
수정 : 2023.01.27 04:00기사원문
■서울 강북 선운각과 도봉 쌍문시장
서울 강북에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이병헌(유진 초이 역)이 근무하는 미국 공사관이자, 일본군이 몰려와서 미군과 대치하는 일촉측발의 장면이 탄생한 장소가 있다.
선운각은 1967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이 세웠고, 1980년대까지 삼청각, 대원각과 함께 밀실 정치의 주무대인 요정이었다. 2021년부터 한옥 카페 겸 결혼식장으로 사용하면서 일반에 개방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선운각은 서울 경전철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에서 걸어가면 20분쯤 걸린다. 선운각 앞에 도착하면 바닥에 깔린 박석과 고풍스러운 돌담, 한옥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반긴다. 선운각의 봄 가을은 벚꽃과 단풍 촬영 명소지만, 겨울에는 다소 심심하다. 겨울에는 따뜻한 차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어보자.
선운각에서 차로 7분 거리에는 도봉구 쌍문시장이 있다. 아파트보다 빌라와 오래된 주택이 많아 서민 정서를 보여주는 분위기의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쌍문시장의 가게와 골목은 선풍적 인기를 끈 '응답하라 1988'의 모티프가 됐고, 백운시장은 2021년 전세계적인 K드라마 열풍을 주도한 '오징어 게임'의 촬영지 중 한 곳이다.
■BTS 제이홉 "합성아냐?" 삼척 맹방해변
강원 삼척에는 한류 명소가 된 바닷가가 두 곳 있다. 맹방해변은 2021년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버터' 재킷을 촬영한 장소다. BTS 멤버 제이홉이 촬영 중에 "합성 같냐, 바다가"라고 감탄한 그곳이다. 맹방해변은 예부터 명사십리라고 불렸는데, 이제 '방탄소년단의 해변'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주황색과 초록색이 섞인 파라솔, 파란색과 노란색 줄무늬 선베드 등이 '버터'의 노랫말처럼 여행자의 '마음속으로 몰래 침입(breakin' into your heart like that)'한다.
부남해변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아담한 해변은 그 자체로 영화적이며, 입구 대숲과 바위산과 모래밭도 시적이다. 해변에 서면 애잔한 사랑의 사연이 밀물처럼 다가오는데, 이때 '마침내'는 작고 아름다운 해변에 대한 감탄이 된다. 주간에는 대체로 개방하나, 입구가 닫혔을 때는 삼척시청 관광정책과에 문의하면 마을에 연락해준다.
■K좀비 '킹덤' 속 그곳 경북 문경새재
문경새재는 조선시대에 한양과 영남을 잇는 관문으로, 태종 때 개통했다. 그만큼 오랜 세월 역사와 문화, 사람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품은 문화유산이다. 문경새재도립공원에 사극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문경새재오픈세트장도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과 오픈세트장은 사극 드라마와 영화의 중심지이자 한류 사극 열풍을 불게 한 공간이다. 특히 한국형 좀비 드라마로 전세계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킹덤' 시즌 1·2에서는 문경새재가 드라마 속 실제 공간이자 주요 촬영지였다. 문경새재 1관문 주흘관과 2관문 조곡관도 드라마에 등장한다. 이밖에 '옷소매 붉은 끝동', '연모', '슈룹' 등 다양한 드라마를 촬영해 한류 사극 인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옛길박물관은 국내 유일한 길 전문 박물관으로 우리나라의 옛 지도와 옛길, 고개와 그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문경단산관광모노레일은 시속 3~4km로 운행하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능선이 장엄하다. 문경에코랄라는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오픈세트장에 에코타운, 자이언트포레스트 등을 더해 문화콘텐츠 테마파크로 거듭났다. 석탄의 역사를 설명해주고, 갱도 체험을 할 수 있는 거미열차는 꼭 타보자.
■'갯마을 차차차' 흔적따라 포항으로
최근 경북 포항으로 여행객을 이끄는 한류 드라마는 '갯마을 차차차'다. 현실주의 치과 의사 윤혜진(신민아 분)과 만능 백수 홍두식(김선호 분)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갯마을 차차차'를 따라가는 여행의 시작점은 북구 청하면에 자리한 청하공진시장이다. 시장 한가운데 장터 건물을 중심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공진반점과 보라슈퍼, 청호철물, 오윤카페(한낮에커피달밤에맥주)가 있다. 주말에는 제법 많은 여행객이 찾아오는데, 오윤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참 줄을 서야 할 정도다. 구룡포항과 가까운 석병1리 방파제의 빨간 등대 역시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로 알려졌다. 혜진이 두식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와 여러 장면에서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또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는 일제강점기 가옥 80여채가 남아 있는 곳으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방영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첫사랑 떠올리는 전주 서학동예술마을
지난해 봄 풋풋한 청춘 서사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주요 촬영지가 전북 전주다. 특히 서학동예술마을과 한벽굴(한벽터널)이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새로운 여행지로 떠올랐다. 서학동예술마을에 있는 음악 스튜디오 소리방앗간은 명진책대여점으로 등장했다. 희도(김태리 분)가 울며 뛰어간 건너편 골목과 27레코드는 드라마에서 본 그대로다. 서학동에서 전주천을 따라 15분쯤 걸어가면 한벽굴을 만난다. 희도가 상처받은 이진(남주혁 분)을 위로한 이곳은 싱그러운 청춘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배경이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