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권 이어 탄력받는 10만원권? 인플레 우려 속 고액권 도입 여론 늘었다

      2023.02.01 16:13   수정 : 2023.02.01 18: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설 연휴 화제가 됐던 '3만원권 발행론'을 기점으로 새 액면권에 대한 논의가 점화된 가운데 10만원권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3년 만에 10만원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10%p 올라 29.1%를 기록 고액권 신규 발행에 대한 논의가 점차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과반수가 "추가 도입이 필요 없다"라고 응답했다.

국민 여론이 아직 숙성되지 않은 데다 인플레이션 조장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서도 3만원권 신규 발행을 비롯해 화폐 체계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진 만큼 관련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29% "10만원권 도입하자"
1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받은 한국은행 화폐사용 만족도 등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화폐사용 만족도 조사에서 10만원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29.1%를 기록했다. 2019년(19.7%) 대비 10%p 가량 증가한 수치다.

10만원권 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국제금융위기가 막 지나간 2010년 38.7%를 기록했다. 이후 2019년 조사에서는 추가 액면 도입과 관련, 10만원권 필요성 응답이 19.7%, 지난해 29.1%로 껑충 뛰었다. 추가로 필요한 액면이 없다는 의견이 과반수(57.1%)였지만 2만원권과 10만원권에 대한 수요는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만원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4.8%이었다.

시민들 의견은 엇갈린다. 강모씨(65세)는 "젊은 사람들이나 카드 쓰지, 우리는 현금 많이 쓴다. 10만원짜리 있으면 일단 들고 다니기 편할 것 아닌가"라고 10만원권 도입에 찬성했다. 실제 2022년 화폐사용 만족도 조사를 보면 10만원권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휴대가 편리'하다는 의견이 47.7%로 가장 많다. ‘실제 계산이나 거래 등이 편리’(38.0%) ‘관리하거나 보관하기 편리’(19.1%)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모씨(28)는 "요즘 모바일로 다 되는 세상인데, 3만원이면 몰라도 굳이 10만원이 필요할까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10년 전에 비해 지금은 현금 거래가 많이 줄었고 세금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나 증여 용도 또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현금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인플레 조장 vs 고액권 수요↑
전문가들 의견도 둘로 나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화폐는 수표와 달라서 제시하면 바로 값이 지불되는데, 이것이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화폐를 유통하지 않고 개인이 보유할 경우 자금 세탁 등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1%p 오른 3.9%로 집계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고액권 발행이 물가 불안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화폐사용 만족도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85.5%를 차지했다.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는 데다 새 화폐 제조비용 등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다만 리디노미네이션이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2019년(87.8%)에 비해 2%p가량 줄었다.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고액권의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물가가 올라가고 잔돈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질 시대가 온다"며 "10만원권이 필요한 때가 어느 순간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최고액권의 가치는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나라 5만원권은 미국(100달러), 일본(1만엔)과 비교했을 때 가치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안태련 한국은행 화폐연구팀장은 "액면 권종의 경우 중복 선택이 가능해 10만원권을 선택한 소비자가 2000원권, 2만원권 선택을 하는 사례도 존재하므로 단순한 상승 추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고액권 발행 정책까지 연결될 만큼 유의미한 통계로 보기 어려우며 국민들의 의견이 고액권을 원하는 쪽으로 향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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