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하면 돈 준다" 中지방정부 너도나도 상장 장려금
2023.02.08 12:05
수정 : 2023.02.09 11:43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지방정부들이 국내·외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에게 최대 1800만 위안(약 33억원)의 장려금을 주기로 했다. 지역 기업이 성장해 발전하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명분이다. 중앙정부의 경기부양 기조에 맞춘 투자 활성화와 증시 띄우기로 해석된다.
8일 각 지방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네이멍구자치구 지방정부는 올해 추진할 중점 정책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고품질 기업 시스템 개혁과 상장 장려 제도를 담았다.
네이멍구 증권감독관리국에 상장과 관련한 지도를 등록한 기업에게 100만 위안의 장려금을 우선 주고,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상하이·선전·베이징증권거래소에서 상장 신고 자료를 제출하면 200만 위안을 지급한다.
또 상하이·선전·베이징거래소에 1차 상장을 달성할 경우 1000만 위안, 홍콩·뉴욕·나스닥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에겐 500만 위안의 장려금을 각각 제공한다.
네이멍구 소재 기업이 관할 증권당국에 상장 신청한 뒤 자료 제출 등 절차를 거쳐 A주와 나스닥에 동시 상장한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18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쓰촨성도 비슷한 계획을 내놨다. 쓰촨성 내에 등록된 기업이 상하이·선전증권거래소 메인보드, 촹예반(창업판), 커촹반(과학혁신판), 해외 주요 자본시장에 기업공개(IPO)를 하면 보조금 100만 위안을 제공한다고 쓰촨성 경제정보화청은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해외는 뉴욕·나스닥·런던·홍콩거래소를 뜻한다.
후난성은 관할 증권당국 상장 승인에 200만 위안, 커촹반 상장 후 100만 위안을 준다. 외부 기업이라도 상장 뒤 등록지를 후난성으로 옮길 경우 200만 위안을 보조한다.
랴오닝성은 증권거래소별로 단계별 장려금이 다르다. 베이징거래소는 800만 위안, 커촹반 1500만 위안, 상하이·선전거래소와 촹예반 100만 위안 이하로 각각 책정했다.
중국은 각 지방별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정하며, 중앙 정부는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또 지방별로 순위도 매긴다. 일부 지방의 경제 발전 속도가 더디거나 둔화될 경우 지도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각 지방정부가 관내 업체의 상장을 권유하는 것은 상장 기업이 지역 경제 발전의 ‘기둥’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앙재경대 증권선물연구소 양하이핑 연구원은 증권일보에 “상장사 수는 지역 경제 활력의 중요한 지표”라며 “상장기업 육성은 산업 리더를 키우는 것이고, 상장기업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산업 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정부는 올해 신규 상장사 목표 수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후베이성 징저우시는 20개, 허난성 20개, 산둥성 30개, 광둥성 둥관시 10개 등을 추가할 것이라고 각각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또 톈진시는 2023~2025년까지 최대 50개, 선전시는 작지만 경쟁력 있는 ‘소거인’ 기업 100개 육성과 상장사 40개 추가를 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지방 정부의 상장사 키우기가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대부분 중소영세기업에겐 불공정한 정책이 될 수 있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우한과기대 둥덩신 금융증권연구소장을 인용, “지방정부가 대규모 자금으로 기업 상장을 육성하는 것은 상장기업과 예비기업이 중점이므로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불공정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산업정책방향, 산업배치, 산업집적 등 방면에서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