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민군 창설 75주년' 야간열병식 개최... ICBM 등 신무기 동원 가능성(종합)
2023.02.09 02:21
수정 : 2023.02.09 03:54기사원문
앞서 김일성광장과 인근 대동강변 일대에선 수일 전부터 대형 스크린과 조명탑, 폭죽 장비 등 열병식 및 부대 행사 개최를 위한 구조물과 장비들이 설치된 정황이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포착됐다.
또 위성사진에선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각각 숫자 '75', 그리고 2월8일을 뜻하는 '2·8'과 인공기의 별 모양을 군중들이 형상화한 모습 등이 찍혀 이날 열병식 행사에서도 카드섹션이 연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북한의 열병식에선 △김정은의 대내외 메시지 △북한이 공개할 신무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이후 열병식은 지난해 4월 조선인민혁명군(항일빨치산) 창건 90주년 열병식까지 모두 12차례 진행했으며 이번이 13번째다, 김정은은 11차례 참석해 5번 연설했다. 이 가운데 주간에 벌인 열병식은 8차례, 야간 열병식으론 이번이 5번째다.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노동당 창건일)부터 2021년 1월 14일(노동당 제8차대회)과 9월 9일(북한 정권 수립일), 가장 최근 개최한 10개월여 전인 지난해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도 야간에 개최했다.
북한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일과 2021년 9월 정권수립 열병식은 기념일 당일 새벽 0시에 맞춰 진행했으며, 지난해 4월 조선인민혁명군(항일빨치산) 창건일 열병식은 당일 오후 심야에 진행했다.
북한이 야간을 택해 열병식을 벌이게 된 계기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조언 등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5월 11일 공개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20년 북한의 첫 야간 열병식에 대해 "현송월 단장에게 얘기했다"며 "이후 북한은 계속 밤에 열병식을 했다"고 밝혔다.
탁 전 비서관은 "2018년 현송월 단장과 연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현 단장은 연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결정권한이 있었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 열병식은 밤에 하라고 내가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밤에 해야 조명을 쓸 수 있고 극적 효과가 연출된다"며 "보여주고 싶은 것만 밝게 보여주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은 어둡게 만들어버리면 된다"며 밤에 열병식을 하라는 조언에 대해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이 북한의 야간 열병식 개최는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조선인민혁명군(항일빨치산) 창건일 열병식에선 화려한 불꽃놀이와 전투기가 오색불꽃을 뿜으며 행사장 상공을 가로지르고,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장착한 군집드론 비행 등을 선보였다.
북한은 그동안 열병식을 통해 각종 무기체계를 공개하며 자신들의 군사력을 과시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날 열병식에서도 새로운 무기를 공개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올해는 북한이 전통적으로 챙기는 정주년(김일성과 김정은 생일 기준 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다. 이번 열병식도 극적 효과를 위해서 대규모 병력과 함께 신무기를 대거 등장시킬 가능성이 있단 전망이 나온다.
이날 NK뉴스가 입수한 인공위성 사진에선 오후 김일성광장 주변에서 초대형 위장막 10여개가 포착됐다. 이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등 신형 ICBM,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KN 계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북한이 개발 중인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적용한 신형 ICBM 등을 선보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26일 북한의 소형 무인기의 남침 도발 상황을 감안해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 무인기를 등장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김정은도 이번 열병식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NK뉴스는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이날 오전 장비 등 이동을 위해 열병식 연습장으로 사용되는 미림비행장 주변 도로를 봉쇄하고 이날 오후 9시쯤부터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이 대중 앞에 등장할 때 나오는 음악이 울려 퍼진 뒤 불꽃놀이가 시작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처 리설주와 딸 김주애도 열병식에 함께 참석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올 새해 첫날 1월 1일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지난해 말 진행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를 공개하면서 한·미동맹을 향해 '강 대 강' '정면승부'를 거듭 천명했다. 이와 같은 기조에 따라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도 한·미를 향해 한층 더 공세적인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달 한미연합훈련 등을 계기로 북한이 그간 잠잠했던 태세를 전환해 본격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미 정보 당국은 공조 하에 대비태세를 유지한 채 북한의 이날 열병식 등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7일부터 우리 공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E-737 '피스아이'와 미 공군 정찰기 RC-135V '리벳조인트' 등이 수도권에 인접한 서해 일대를 비롯한 주요 지역 상공을 날며 대북경계·감시활동을 수행했다고 군사소식통이 전했다.
한편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TV도 생방송을 하지 않고 있고 노동신문 등 선전 매체들도 현재까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열병식 다음날인 9일 오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이번 열병식 관련 소식을 최초 보도하고, 조선중앙TV로 행사 실황을 녹화·편집 방송할 것으로 보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