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가족·친구 잃어... 어쩔 수 없는 무력감에 침통" 슬픔에 잠긴 재한 튀르키예인

      2023.02.19 19:33   수정 : 2023.02.19 19:33기사원문
"일이 손에 안잡혀요. 고향 계신 부모와 친척, 지인들 생각 밖에 나질 않아요."

지난 17일 서울에서 케밥집을 운영하는 튀르키예인 사리하지씨(36)는 눈물을 훔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진 피해가 심각한 튀르키예 남동부 아다야만 출신이다. 사리하지씨는 "지난 2017년에도 지진이 발생해서 가족들이 이미 많은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복구해 생활이 안정될 때쯤 또다시 큰 지진이 일어났다. 가족들의 삶이 파괴됐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튀르키예를 강타한 지진으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자 국내에 거주하는 튀르키예인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다. 일부 튀르키예인들은 큰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생업을 멈췄고 가족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백방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또 이들은 대사관 등을 통해 구호물품과 성금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재난관리국(AFAD)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4만6000명을 넘겼다. 튀르키예에서만 4만명이 넘었다.

사망자가 매일 늘어나자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튀르키예인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사리하지씨는 매일 외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고국 내 사정을 접하고 있다. 그는 "도심에 사는 친구 중에서 죽은 이들도 있다"며 "많은 사람이 천막과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리하지씨는 현재 가게를 쉬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그는 "음식 장사는 결국 손님을 음식으로 즐겁게 해야 하는 일인데 지금은 자신이 없다"며 "인간은 자연재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튀르키예 대사관으로 이불과 옷 등을 구호물품으로 보냈는데, 그 이상 내가 지진피해 복구에 손을 쓸 도리가 없다는 데에서 무력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피해 지역 출신이 아니더라도 다른 외국인들도 슬픔에 잠긴 건 매한가지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빵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부르칸씨(30)는 "우리 가게 직원 10명 중 3명이 이번 지진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었다"며 "튀르키예인들끼리 있을 때 지진에 대해 말하지 않는 분위기다. 모두 슬픔을 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몸으로는 일하고 있지만 마음은 모두 무너진 느낌이다"며 "동료들과 함께 튀르키예 비정부기구(NGO) 단체를 통해 후원금을 보냈다"고 했다.

아울러 국내 거주 중인 튀르키예 사람들을 지진 발생 이후 현지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없어 답답해했다. 아무래도 현지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무함마드 사이드 체이엔씨(29)는 "지진이 난 지역에서 사는 친구 5명을 알고 있다"며 "이들은 삶의 터전을 모두 잃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진 피해를 입은 친구들을 확인하기 위해 SNS 등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연결이 어렵다"며 "송전시설 등이 파괴돼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다고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튀르키예 정부와 비영리단체(NGO)들이 이재민을 위해 텐트와 컨테이너 등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집을 잃어 밖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동규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