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추고 혜택 늘렸지만… '출산장려금의 아이러니'

      2023.02.20 05:00   수정 : 2023.02.20 17:59기사원문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25만명을 밑돌 가능성이 유력하다. '인구소멸' 위기에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출산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저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지자체, 출산장려금 경쟁적 인상

20일 각 지자체 정책을 종합하면 충남 아산시는 올해 셋째 아이 출산 장려금을 지난해보다 10배 높인 100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전남 나주시도 오는 7월 1일부터 셋째아 이상 출생 가정에 10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나주시는 올해 출산장려금을 첫째아 300만원, 둘째아 500만원, 셋째아 이상 1000만원 등으로 올렸다. 경기 하남시는 넷째 1000만원, 다섯째 이상은 2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경기 이천시는 셋째부터 100만원씩 주던 출산장려금을 올해 첫째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임신을 하기만 해도 축하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도 있다.

경기 과천시는 올해부터 임신축하금 20만원을 지급하고 출산축하용품 지원금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해 지급하기로 했다. 과천시민이 임신판정을 받고 과천시보건소에 임신부로 등록한 경우 임신축하금 2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받는다. 안양·의왕·군포·김포시 등도 임신축하금을 주고 있다.

■"지원금도 좋지만…애 키울 돈 없다"

다만 이 같은 현금살포식 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출산은 주거, 고용, 사교육비 등 일생 전반과 맞물려 있는데 일회성 지원금을 준다고 출산율이 오르겠냐는 것이다.

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낳는 것보다 키울 게 더 걱정"이라며 "집도, 노후도 불안한데 아이 낳을 엄두가 안 난다. 이런 현실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몇 십조를 퍼부어도 출산율이 떨어지는 걸 봤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 텐데 1000만원 준다고 아이 안 낳을 사람이 낳겠나"라고 반문했다. 직장인 B씨도 "한창 아이들 중·고등학교 다니고 돈 많이 들 때 부모들은 줄줄이 명퇴 당하고, 그 나이에 이직도 안 되는데 무슨 돈으로 애를 키우겠나"라며 "수당만 열심히 퍼줘서 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둥이 아빠인 C씨는 "다자녀 가족이지만 혜택이라곤 거의 없다"며 "어차피 모든 것은 부모의 몫인데 정부에서는 신생아나 유아 정책이 고작이다. 그것도 일시적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맞벌이인데도 대출이자에 교육비 등이 빠듯해 지금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걸 이해한다"고 했다.

■작년 출산율 0.7명대 '전 세계 꼴찌'

통계청의 '2022년 1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출생아 수는 23만1863명으로 1년 전보다 4.7%(1만1520명) 감소했다. 연말에 출생아 수가 더 감소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사상 처음으로 25만명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35만7771명) 처음 40만명 선이 꺾인 후 꾸준히 감소했다. 2018년 32만6822명, 2019년 30만2676명을 지나 2020년에는 27만2337명, 2021년 26만562명으로 20만명대에 이르렀다. 통계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통계청이 예상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7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동의 꼴찌다.


■한 총리 "근본적 반성 필요"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근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명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라며 "많은 대책에도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는 추세는 기존의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7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모든 부처는 각각의 기능에 부합하는 보다 세밀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며 "오늘 논의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는 단순한 보육의 문제가 아니라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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