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빚더미 앉기 전 포용해야 하는 시대… 단계별 지원 필요"
2023.02.23 19:11
수정 : 2023.02.23 19:11기사원문
결국 빚더미로 내몰리고 나서야 구제받는 서민금융의 형태가 이제는 단계별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입 전, 차입 후, 연체 후, 부실 발생 후 등 단계별 취약차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찬반이 팽팽했던 서민금융 제도가 금융권의 사회적 역할 강조 등으로 이제는 공감대가 넓어진 점은 고무적이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서민금융포럼 및 서민금융대상 패널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서민금융 지원 성과와 과제에 대해 이런 의견을 밝혔다. 이날 국민대 남재현 교수가 주재한 토론에는 금융위원회 정선인 서민금융과장, 서민금융진흥원 유재욱 이사, 카카오뱅크 이형주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가 참석했다.
패널들은 금융사들이 과거 건전성에 중점을 둔 나머지 경제불황 시 취약계층을 배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이들을 포용해야 하는 시대라고 봤다. 그러면서 방법론으로 단계별 지원을 강조했다.
카카오뱅크 이형주 CBO는 "향후 서민금융 방향성은 단계별로 취약차주 보호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취약차주가 대출금을 차입하기 전, 차입 후, 연체 후, 부실 발생 후 등 단계마다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에서도 화답했다. 금융위 정선인 과장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작동할 때까지는 서민금융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정 과장은 "지금까지는 연체자들에 대한 지원상품은 없었다. 연체가 없는 차주 중 민간금융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높은 금리를 이용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지원했다"며 "지난해부터는 연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지원받을 수 있게 하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이라는 상품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오는 3월 출시 준비하고 있는 긴급생계비 대출 역시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자금지원 외에도 채무조정, 복지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라고 소개했다.
포용금융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이뤄진 만큼 재정과 세제 등 제도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기업의 존폐에는 국고가 투입되는데 개인 파산 문제에는 재정이 쓰이지 않는다"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정 과장은 "긴급생계비 대출 등 서민금융 제도의 효과성을 봐가면서 필요하다면 재정을 확대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법 정비 등을 통해 취약차주를 지원하는 금융사의 부담을 감면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카카오뱅크 이형주 CBO는 "현재 세법하에서는 비상각 채권에 대한 손비 인정이 안 된다. 금융사 입장에선 채권을 손실 처리하는 게 더 나은 것"이라며 "어려운 차주를 지원했는데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은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신영 팀장 서혜진 박소연 김나경 이승연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