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전 산은 회장 "산은, 정치금융기관 아냐"..부산이전 비판 가세
2023.03.02 15:04
수정 : 2023.03.02 15: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2일 "산업은행(산은)은 정책금융기관이지 정치금융기관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산은 본점 부산 이전 추진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중심으로)'에서 축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산은은 기업과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데, 단순히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지역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국가 전체에 뼈아픈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부는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현재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말 업무보고에서 올해 연말까지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위한 지방이전 계획안 승인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은 이전부터 산은의 부산 이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드러내왔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산은 회장직에서 물러날 당시에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가장 특혜받은 지역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라며 "기간 산업 등 알짜 산업이 다 집중돼 있는데, 다른 지역은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뺏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제2금융 중심지를 자처하는 부산은 뺏지만 말고 다른 지역을 도와줘야 한다"며 "제2금융중심지에 맞게 스스로 자생하려는 노력 좀 해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작심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이날도 이 전 회장은 "산은은 '시장'과 밀접히 맞닿아야 있어야 한다"며 산은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런던의 '시티 오브 런던'은 런던에서 가장 작은 행정구역임에도 전 세계에서 금융인 50만명이 모여 세계를 움직이는 금융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는 모든 금융기관이 한데 모여 집적효과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의 월스트리트, 홍콩, 싱가포르 등 글로벌 금융중심지는 모두 이와 같이 금융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현준 산은 노조 위원장은 "산은은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 기업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벤처투자, 구조조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금융기관을 주도해 정부의 금융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고객 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사 등 다수 기관과 상시 협업하는 업무 특성을 감안할 때, 대다수 기업과 기관들이 모여 있는 서울에 있어야만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도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다수 금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이후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금융기관을 지역별로 분산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면밀히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산은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면서 산은 노사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산은 노동조합은 지난달 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부산 이전과 관련해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회장까지 나서 정부의 부산 이전 비판에 가세하면서 산은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