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없는 씁쓸한 패배..안철수·천하람·황교안 다음 스텝은?

      2023.03.11 07:00   수정 : 2023.03.11 14: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지도부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당대표 선거에서 낙마한 후보들의 다음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3.8 전당대회에서 각각 2·3·4위를 기록한 안철수 의원·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김 대표에게 일제히 축하를 보낸 가운데 전면 정비하는 시간을 갖고 다음 도약을 준비할 예정이다.

안 의원과 황 전 대표는 10일 전당대회 캠프 해단식을 열고 지지자와 실무진들을 격려하며 전당대회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안 의원은 해단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캠프에서 열심히 고생하셨던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이들을) 응원하는 자리였다"고 짧게 전했다.

김도식 안 캠프 총괄본부장은 "김 대표가 전화를 주셔서 (안 의원과의) 만남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교안 "도울 것은 돕겠다"
안철수 "화합 위해 헌신"..대통령실과 관계 설정은 고민


안 캠프에 따르면 안 의원은 다음주부터 전국을 돌며 자신의 지지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황 전 대표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해진 공식 일정은 없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울산 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과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부각시키며 김 후보에게 사퇴까지 요구했던 안 의원·황 전 대표가 전당대회가 끝나자 김 대표 지도부에 지지를 보내는 한편 로우키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안 의원은 앞선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원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황 전 대표도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듯이, 모두가 하나로 뭉쳐야겠다"며 "당원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을 계속 이어가겠다. 국민의힘 안에서, 도울 것은 돕고 필요하면 조언도 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안 후보가 지난 7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고발한 건을 취하할지도 주목된다.

앞서 경향신문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들이 수십명 규모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당시 김 후보를 지지하고, 안 후보를 비방하는 홍보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과 황 전 대표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을 대표할 자격을 상실했다. 즉각 사퇴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야 한"며 "만약 사퇴하지 않는다면 전대 경선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 선거와 대통령실 행정관의 전대 개입 과정에 대해 모든 증거를 갖고 함께 싸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김 대표가 지난 8일 전당대회에서 결국 52.93%의 지지율로 결선 투표 없이 당선되면서 안 의원과 황 전 대표는 김 대표에 대한 모든 공격을 거두는 모양새다. 다만 안 캠프 측은 취하 여부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친윤계가 포진한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안 의원이 비윤계로서 계속 목소리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을 향한 안 의원의 모호한 입장이 오히려 예상보다 저조한 득표율(23.37%)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안 의원이 다음 도약을 위해 명확한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체격 키운 천하람..비윤계 정체성으로 차별화


한편 3위를 기록한 천하람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김 대표를 향해 날선 반응을 거두지 않았다.

천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만약에 대통령실에서 여당 내에 쓴소리하는 세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대통령을 작게 만들고 과거에 우리 당이 진박감별의 길, 정말 망하는 길로 다시 되돌아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재원·조수진·장예찬 최고위원 등이 '친이준석계 제거론'을 꺼내든 것에 대해 천 위원장은 "과연 당 지도부에서만 하는 얘기인 것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 쪽에서 '어떤 오더가 나온 것인가'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그는 김 대표를 향해서도 "선거 끝나자마자 통화하면서 '선거 때는 치열하게 다퉜지만 우리 그래도 당이 잘 되자고 하는 거니까 잘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 최고위원들이 3명이나 떼로 나와서 제거하겠다고 얘기하면 화전양면 전술이고, 이러면 제가 김 대표의 진정성을 어떻게 믿겠나"고 지적했다.

비윤계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이준석계 기반 지지층을 확고히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뒤늦게 전당대회에 참전한 천 위원장은 그간 여론조사보다 다소 높은 성적인 14.98%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낙선과는 별개로 존재감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 후보는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으로 체격을 키웠지만 그와는 별개로 당 개혁과 지역주의 타파 등을 내세우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차별성을 구축했다. 대구 출신인 천 후보는 21대 총선에서 연고도 없는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출마하는 등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14.98% 득표율이면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며 "천 위원장은 앞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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