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정해 놓고 기소" vs "엄호 사격 도움 안 돼"…민주 계파 갈등 재점화
2023.03.22 18:18
수정 : 2023.03.22 21:07기사원문
검찰이 22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하자 이 대표 측은 ‘답정기소’(답을 정해 놓고 기소), ‘정치 탄압’이라고 격앙하면서 사법 리스크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에 당내 일각에서 "오히려 ‘방탄 프레임’을 강화한다"는 비판과 함께 이 대표에게 진정성 있는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에 대한 기소는 답정기소"라며 "검찰이 온갖 '압수수색쇼', '체포영장쇼'를 벌이면서 시간을 끌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정해진 답대로 기소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도부 등 친명계도 검찰의 기소에 거친 언사를 쏟아 내면서 이 대표 엄호에 적극 나섰다.
임선숙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증거와 팩트에 따르면 대장동 사건 본질은 ‘검찰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검찰의 무도하고 부당한 야당 대표 죽이기 기소를 규탄한다”며 "검찰의 망나니 칼춤이 기어코 '답정기소'에 이르렀다. 기소라는 답이 정해진 수사였고 오늘 답안지를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입장문을 내고 "정적 제거용 표적 수사와 국면 전환용 조작 수사, 더는 국민이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이 대표 엄호 사격'이 당에 도움은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민 의원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이 대표나 측근들이 (검찰 수사는 정치 탄압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그리로 몰고 가듯해 ‘방탄’ 의혹을 받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명계와 비명계 간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갈등도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기소 시 당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가 뇌관이다.
해당 조문은 뇌물이나 불법 정치 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당무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검찰의 정치적 탄압임이 너무나 명백하고 이에 당이 강경하고 단합한 모습을 신속히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최고위원들은 오래 전부터 기소 시 신속히 당무위를 열어 의결한다고 서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표는 최고위회의를 주재하게 돼 있고 당무위도 회의를 주재하게 돼 있는데 (이날) 둘 다 빠지고 박 원내대표가 대행으로 회의를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명계는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고리로 고강도 인적 쇄신을 요구한다.
김종민 의원은 "'이재명 사당', '(지도부) 동종 교배' 등 비판이 나오는데 민주 정당으로서 굉장히 취약한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한 재선 의원도 "지도부가 너무 친명 일색이라 지명직은 다 바꿔야 하는데 이 대표가 과연 그렇게까지 할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지명직 최고위원 중 한 명을 비명계 송갑석 의원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찬대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아직 확인이 안 됐다"며 "정식으로 최고위에 보고되거나 논의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