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작가 딸 "父 저작권 뺏겨 막노동, 건강 이상도"
2023.03.27 22:16
수정 : 2023.03.27 22: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검정고무신' 고 이우영 작가의 조카이자 이우진 작가의 딸 이선민씨가 자신의 SNS에 "조금만 더 관심가져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날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아빠는 '검정고무신'을 만든 작가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영일(글)·이우영(그림) 만화 '검정고무신'은 1992~2006년 '소년챔프'에 연재된 인기 만화였다.
이선민 씨는 "그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아빠를 힘들게 만들었고, 아빠의 형이자 최고의 친구, 동료인 큰 아빠를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라며 가족에게 덮친 비극을 언급했다.
"그들은 창작 시 점 하나 찍지 않았던 검정고무신을 본인들 것이라 우기며 평생을 바쳐 형제가 일궈온 작품이자 인생을 빼앗아갔습니다"라고 부연했다.
또 "아빠는 빼앗긴 저작권으로 아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없어 막노동 일을 했다"고 했다. 또 해당 소송으로 건강도 나빠졌다고 밝혔다.
"큰 아빠는 소송이 시작되던 2019년 명절에 스트레스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아빠는 2022년 연말 스트레스로 인한 불명통으로 고열과 통증에 시달리며 새해를 병원에서 맞아야만 했다"고 했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형제는 2007년 형설앤과 포괄적·무제한·무기한으로 저작물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법 지식이 부족한 창작자를 상대로 불공정 계약이 만연해왔는데, '검정고무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또 형설앤 장모 대표는 작가들을 설득해 '검정고무신' 캐릭터들의 공동저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형설앤은 앞서 고인 모친이 운영하는 체험농장에서 TV만화 '검정고무신'을 틀었다고 모친을 형사고소했다. 2019년엔 2억8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자신들이 '검정고무신' 저작물에 대한 사업화 권리를 모두 갖고 있는데, 이우영, 이우진 형제가 허가 없이 '검정고무신' 창작활동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 15년간 '검정고무신'으로 사업화한 항목이 어림잡아 70개가 넘지만, 고인이 수령한 금액은 누적 12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형설앤이 지난해 롯데마트와 한 캐릭터 사업으로 고인이 얻은 수익은 믿기 힘든 수준이다. 고인은 법정 진술서에 "5만6700원이라는 금액이 찍힌 정산 명세서를 보면서 실성한 사람마냥 웃었다"고 썼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는 27일 오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를 개최했다.
■ 다음은 이선민 씨가 쓴 글 전문이다.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아빠는 검정고무신을 만든 작가입니다. 그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아빠를 힘들게 만들었고, 아빠의 형이자 최고의 친구 , 동료인 큰 아빠를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와 가족들의 10년에 가까운 시간들을 앗아갔습니다. 그들은 창작시 점 하나 찍지 않았던 검정고무신을 본인들것이라 우기며 평생을 바쳐 형제가 일궈온 작품이자 인생을 빼앗아갔습니다.
얼마전 설날, 큰아빠는 오랜만에 할머니댁에 모인 우리에게 이름을 개명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신 이름에 있는 우영의 ‘우’가 어리석을 우 여서 이런 일을 당하는 것 같다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개명하셨다는 내용을 진술서를 통해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처참했을 마음을 이제야 제대로 안아보려하는데 너무 늦은 것 같아 속상합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검정고무신 창작자의 딸이라고 하면 으리으리한 건물을 가지고 있지는 않냐고 묻습니다. 돈 걱정 없는 , 그리고 미래 걱정도 없을 그런 애라며 가끔 저를 미워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밥 먹듯이 들어왔지만 딱히 할 수 있는 반응이 없었어요
아빠는 빼앗긴 저작권으로 아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없어 막노동일을 했고,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기우뚱 거리는 집안의 무게는 저 또한 알고 있었거든요.
고소가 진행되던 오랜 시간들 중 친구들에게서 새로운 굿즈가 나온 것 같다며 받았던 연락들, 아빠와 큰아빠가 만들어낸 캐릭터로 만들어진, 우리는 모르는 상품과 사업들을 마주했을 때의 그 마음 그대로 조금 더 분노했으면 어땠을까 매일 후회합니다.
근처 마트에 쇼핑하러가기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마트 매대에 올라와있는 검정고무신 캐릭터의 상품을 마주할 때마다 한번씩 무너졌습니다. 기뻐하지 못하고 사진을 남기며 자료를 하나씩 모으던 때, 막막하고 답답했던 심정이 생생합니다.
한번도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아빠와 큰아빠는 해당 소송으로 인해 큰 건강문제에 시달려왔습니다. 큰아빠는 소송이 시작되던 2019년 명절에 스트레스로 인한 어지럼증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고, 아빠는 최근 22년 해가 마무리 되던 때, 스트레스로 인한 불명통으로 고열과 통증에 시달리며 새해를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습니다.
아빠가 좋아하는 가요대축제 방송을 보며 꼭 함께 새해를 맞이했던 우리는 처음으로 떨어져 걱정과 기도 속에 새해를 맞이해야만 했습니다.
한 명이라도 관심가져주셨으면 하는 간절함에 마냥 슬퍼할새도 없이 수많은 메일함과 유품을 뒤적일 유족들을 위해 한번만 시간 내주셔서 관련 영상과 기사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자들에게 따뜻한 시간과 힐링을 선물했던 검정고무신과 검정고무신 작가, 그리고 그 가족들의 10년에 가까운 몇년을 빼앗아간 사건에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세요.
저희는 이런 큰 일을 감당할 노련한 힘이 없습니다. 온몸으로 부서져내리는 것 같은 아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자랑스러운 검정고무신 작가 아빠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시던 간절했던 한마디를 이제서라도 꼭 이루어드리고 싶습니다.
법적 문제가 얽혀있어 섣부르게 무언가 할 수 없는 지금이 많이 답답하지만 가끔 잊지 말아달라고 글 올릴거에요
조금만 더 관심가져주세요.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