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구글에 과징금 421억원 '철퇴'…넥슨 등 게임사에 '갑질'
2023.04.11 12:00
수정 : 2023.04.11 14: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거대 플랫폼 기업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사들에 자사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만 게임을 출시하도록 했다 4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모바일 게임사들의 경쟁 앱마켓인 '원스토어'에 게임 출시를 막아 앱마켓 시장의 경쟁을 저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21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시정명령은 모바일 게임사에 경쟁 앱 마켓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앱 마켓 피처링·해외 진출 지원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배타 조건부 지원행위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구글 내부 감시 체계를 구축해 그 운용 결과를 공정위에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구글은 2016년 6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네이버의 앱 마켓을 통합한 토종 앱 마켓 원스토어가 출범하자 한국 사업 매출에 중대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게임사들의 구글플레이·원스토어 동시 출시를 막을 전략을 수립했다. 구글플레이에 게임을 독점 출시(안드로이드 기준·애플 앱스토어 제외)하는 조건으로 피처링,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제공해 게임사들이 자유롭게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피처링은 구글플레이 앱 첫 화면 최상단 배너 또는 금주의 신규 추천 게임 코너를 통해 소비자에게 게임을 노출해주는 것인데, 다운로드·매출 증대 효과가 크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구글은 이러한 행위를 원스토어가 출범한 2016년 6월부터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2018년 4월까지 지속했다. 이른바 3N(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대형게임사뿐 아니라 중소게임사까지 포함해 모바일 게임시장 전체에 대해 실행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독점 출시하지 않으면 굉장히 중요한 피처링 등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불이익을 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내부 이메일을 보면 구글 자신도 피처링을 '구글 팀이 게임사들을 관리할 수 있는 힘(power to manage partners)'으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 직원의 업무 메모에선 "(원스토어를) 마이너 루저 리그로 만들어야 (한다)"는 문구가 발견됐다.
구글은 이런 전략을 통해 리니지2, 리니지M, 메이플스토리M, 뮤오리진2 등 대형 게임이 모두 구글플레이에 독점 출시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사건 관련 구글의 매출액은 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후발주자인 원스토어는 정상적으로 신규 게임을 유치하지 못했다. 이는 직접 매출하락의 원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원스토어의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구글은 앱마켓 시장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2016년 80% 수준에서 2018년 90% 이상으로 상승했다. 반면 원스토어의 시장점유율은 5~10% 수준으로 하락했다.
공정위는 "구글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앱마켓 독점력을 강화한 행위"라며 "동일한 게임도 여러 앱마켓에 출시되면 컨텐츠 및 소비자 혜택 차별화 등 경쟁이 활성화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데, 구글은 원스토어로의 게임 출시를 막아 앱마켓과 모바일 게임 분야의 혁신 및 소비자 후생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유 국장은 "앱 마켓 관련해 구글이 반경쟁적 행위를 한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의 사례인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도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사업자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