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투자하기

      2023.04.11 18:20   수정 : 2023.04.11 18:20기사원문
정치인들이 학급당 학생 수를 선진국 수준인 20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하던 때가 있었다. 이 공약은 정부와 정치인들의 노력 덕택이 아니라 인구정책 실패로 완전 실현을 앞두고 있다.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된 이후 2013년 폐지될 때까지 108개 대학이 설립되었다.

공급자 부족으로 문을 닫기 시작한 대학들은 20년 후에는 현재 372개 중에 200개 이상이 문을 닫는다. 그 영향이 지대하다.
이렇게 될 줄을 몰랐을까. 1994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는 2003년부터 대학 정원과 고교 졸업자 수가 역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도 정부는 대학준칙주의를 도입해 대학을 무한대로 늘렸다.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되었을 때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 기준으로 2049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평균수명과 출산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고서도 그런 수치가 나왔지만, 그 해결은 다음 세대의 몫으로 돌렸다. 지금도 미래세대에게 폭탄돌리기를 한다.

경제학에서 인구통계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 30년 단위로 이어지는 재생산 예측이 가능해서, 길게 보면 100년 정도의 인구 추계가 가능하다. 그런데 정책을 담당하고 집행하면서 이런 인구 추계에 따른 사회구조의 변화를 감안하여 공약하고 입안하는 경우를 볼 수가 없다. 미래세대의 주머니를 털어서는 안 된다며 재정준칙을 얘기하는데, 인구에 기반한 파급력을 계산하는 인구준칙은 거론되지도 않는다.

북한 핵보다 무섭다는 인구감소를 고려한 병력구조는 어떤 것이 최선이고, 무기체계는 어떻게 보완되어야 하는가? 모병제가 만병통치인가? 비용산출은 해보았는가? 자발성에 기대해도 국방은 안전한가? 그렇게 답이 간단하지 않다.

한 해에 50명도 채 태어나지 않는 대부분의 소멸위험도 최상급의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의 농업구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농민은 사라지고 농업회사와 농업노동자가 대체할 것인가? 식량자급은? 농업정책의 전환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금세기 말 우리나라 인구가 19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쏟아지는 빈집과 빈 도로는? 그래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 동안 길 위에 돈을 쏟아부을 것인가? 이탈리아처럼 빈집을 1유로짜리 매물로 내놓을 것인가? 부족한 생산가능인구는 어떻게 충족할 것인가? 이민사회로 전환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가?

원고를 쓰는 지금도 도로, 항만,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에 수십조 들어가는 계획들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나중에 새들만 날아다니는 공항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사람에게 투자할 것인가? 그런 예산이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대학교 기간 중에 1년을 국비로 해외에서 공부하게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10년만 '국제학년제'를 도입하면 몇 개 국어를 모국어처럼 하고, 국제화지수가 세계 최고인 한 세대가 출현한다.


미래의 교육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인공지능이 개별학습을 돕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담대해지고, 많은 경험을 하게 하고 세상을 자기 집 안마당처럼 생각하게끔 하는 국제학년제 도입으로 첨예한 경쟁시대에 맞는 인물들을 배출하자.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