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이 키운 강릉 산불… 민가 등 101곳 잿더미
2023.04.11 21:32
수정 : 2023.04.11 21:32기사원문
순간풍속 30m의 태풍급 강풍이 불면서 소방헬기 투입에 어려움을 겪었고 불은 더 빨리 번졌다.
여기에 오후 4시부터 5분여간 강릉지역에 4㎜ 안팎의 비가 쏟아지면서 주불을 잡는 데 성공했고 산불 발생 8시간 만인 오후 4시30분 주불 진화를 발표했다.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4분쯤 강릉시 난곡동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불 3단계'까지 커지면서 경포 해변까지 빠르게 확산돼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다. 피해면적은 약 축구장 530개(379㏊)로 추정된다. 또 주택과 펜션 등 시설물 101곳이 전소되거나 일부가 타는 피해가 났다.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4시48분쯤 강릉시 안현동 한 전소된 주택에서 8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주민 1명이 대피 중에 2도 화상을 입었으며, 진화 중이던 소방대원 2명이 가슴 부근에 2도 화상을 입는 등 사상자 17명이 발생했다.
문화재 피해도 이어졌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50호 방해정 일부가 소실됐고 경포호 주변에 있는 정자인 상영정(비지정문화재)이 전소됐다.
대피 인원은 총 55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 경포동과 산대월리, 순포리 주민들로 아이스아레나와 사천중학교로 각각 528명과 29명으로 나뉘어 대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릉 산불이 발생하자 즉시 조기진화를 지시했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오후 강릉 산불 현장을 방문해 대응에 나섰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산불방지센터에서 국무총리 주재 '강릉 산불대응점검 영상회의'에 참석해 진화 상황을 보고한 후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가 위치한 녹색도시체험센터로 이동해 산불 대응에 나섰다. 김 지사는 "강릉지역을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 열차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코레일 강원본부는 이날 동해와 강릉을 운행하는 누리호 6편의 운행을 일시 중지했으며 동해∼서울 간 KTX 열차는 출발과 도착역을 강릉으로 변경하고 강릉∼동해 구간에는 버스를 투입해 연계 수송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재대책본부는 이날 강한 바람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이 단락돼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산림청은 산불이 발생하자 곧바로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관계자 등 조사팀을 현장에 급파, 산불이 발화된 지점으로 추정된 곳을 보존하고 발화원인을 조사 중이다.
kees26@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