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사진 공개할때마다 "생판 딴 사람..."논란, "머그샷 찍어 공개하라"vs"인권이 우선"

      2023.04.18 15:17   수정 : 2023.04.18 15: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 사회적으로 충격을 줬던 '강남 납치·살해 사건'으로 총 7명의 피의자가 검찰로 송치됐다. 과정에서 5명에 대한 신상공개가 이뤄졌다. 지난 2010년 피의자 신상 공개 이후 단일 사건으론 역대 최대 규모다.

동시에 이번에도 신상공개 사진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촬영 시점을 알 수 없는 오래된 증명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신상공개위원회는 범행수단의 잔인성, 재범 가능성, 국민 알 권리를 고려해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공개가 결정되면 피의자들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의 정보가 시민들에게 전달된다. 현행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신상공개가 결정되더라도 당사자의 동의를 받았을 때만 '머그샷(피의자 사진)'을 공개할 수 있다. 당사자가 거부할 경우 신분증의 증명사진만 공개할 수 있다.

문제는 공개되는 증명사진이 실물과 차이 크게 나고 있어 신상공개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점이다. 대부분 피의자가 머그샷 공개를 거부하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 재범 가능성을 낮추고 범죄를 예방하려는 신상공개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 신상공개 때도 지적된 바 있다. 당시에도 과거 증명사진이 공개됐는데, 이후 검찰로 이송될 때 찍힌 그의 맨얼굴은 공개된 사진과 전혀 달라 충격을 줬다.

이에 시민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라도 머그샷 공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미국 등의 경우 범죄 피의자를 대상으로 머그샷 등 신상 공개에 열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피의자의 인권 침해나 무죄 추정의 원칙 등을 생각해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머그샷 찍어서 공개해야"
18일 기자를 만난 시민들은 해외 사례처럼 머그샷 공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미국은 범죄 종류나 국적과 관계없이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 얼굴을 찍어 외부에 공개한다. 관련해 최근 성추문 입막음을 위해 뒷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머그샷 공개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유럽에서도 용의자 머그샷을 언론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강력 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27)는 "신상공개의 취지는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 차원이다. 언제 찍은지도 모르고 포토샵으로 처리된 증명사진으로는 (제도의) 취지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외국처럼 머그샷 찍어서 공개하지 않으면 (신상공개 제도는)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학원생 이모씨(29)도 "언제 찍은 지도 모르는 증명사진으로는 실제 범죄자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며 "신상공개의 목적에 부합하려면 최근에 촬영했고 보정을 하지 않은 머그샷으로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신상공개에 따라 국내에서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보복살해한 이석준(26)이 유일하다.

또 신상공개가 만들어진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정적으로 적용돼야 하지만 사회적으로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 인권에 우선할 필요가 있어서 만들어진 제도라는 것.

구모씨(32)는 "(신상공개 결정으로) 증명사진을 공개하는 것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증명사진이 현실과 괴리가 있어 '알 권리'를 침해한다면 재고하는 것이 맞다"며 "애초에 인권을 지키겠다고 하면 증명사진도 공개 안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구씨는 "증명사진을 공개한다는 것은 인권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된다는 의미"라며 "국민의 알권리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김모씨(27)는 "미국처럼 머그샷을 도입해야 한다. 회의(신상공개위)를 통해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서 (신상공개가 이뤄지고 있는데) 범죄자 인권 너무 따져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인권·무죄추정 등 원칙이 우선"
다만 시민들 중에는 신상공개가 사회적 효용이 있다고는 하지만 인권에 앞설 수는 없다는 주장도 많았다. 더구나 신상공개 시점이 재판도 이뤄지기 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모씨(30)는 "국민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인권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며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범죄자들은 경찰에 의해 체포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에는 사회와 격리될 예정이다. 당장 (범죄자) 신상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이 무슨 효용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효용성이 없는 일을 위해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직장이 김모씨(41)는 "재판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원칙인데 신상공개가 이뤄지면 경찰 수사 단계부터 이미 흉악범이라는 것이 확정된다"며 "회의(신상공개위)에서 신중하게 판단했겠지만 혹시라도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개인에게는 큰 상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신상공개가 된 범죄자들이 결국 높은 형을 받는데 가끔 신상공개가 이뤄진 영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신상공개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나아가 신상공개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주부 송모씨(49)는 "굳이 범죄자 얼굴이나 나이 등 정보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데 뉴스 등에서 범죄자 신상공개 정보가 나오면 불편하다"고 이야기했다.

또 현실에서는 지금의 증명사진 공개가 최선이라는 언급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정모씨(25)는 "신상공개가 결정될 때까지 모든 절차가 굉장히 빠르고 즉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증명사진을 사용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김동규 노유정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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