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최태원, 미국서 50억불 '배터리 동맹'...GM은 SDI 손잡아
2023.04.26 06:00
수정 : 2023.04.26 06:00기사원문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세액공제)이 걸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시행에 2032년까지 신차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판매해야 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어, 미국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완성차, 배터리 업체 간 짝짓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SK온...50억 달러(6조5천억원) 美배터리 공장 설립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내 3사는 이날 정기이사회를 열어,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 SK온과의 북미 배터리셀 합작 법인 설립안건을 승인했다. 현대차그룹 측과 SK온 측의 투자 비율은 '5대 5', 절반씩이다. 현대차그룹이 25억 달러(3조2500억원)을, SK온이 나머지 절반인 25억 달러를 부담한다. SK온은 오는 27일께 이사회를 열어 이번 건에 대한 투자를 확정한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미국 조지아주에 지어질 이 합작공장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간 35GWh(기가와트시)다. 전기차 30만대 분에 해당한다. 생산된 배터리셀은 현대모비스의 배터리팩 제작 공정을 미국 지역에서 생산되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 전량 공급된다. 합작공장 인근 지역엔 현대차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460㎞, 2025년 완공), 기아 조지아 공장(189㎞), 전기차 GV70 생산이 시작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04㎞)이 위치, 공급망 관리에 유리하다. 현대차로선 이번 합작 공장 설립건으로 북미 지역 전기차 생태계 구축의 핵심인 배터리 공급 파트너를 확보하게 됐다.
현대차·SK 손잡은 배경은...'정상회담 효과 극대화'
두 그룹이 미국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미국내 생산)' 기조에 대응하고 오는 2025년을 기점으로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공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전기차 보조금(대당 7500달러, 1000만원)를 받으려면, 북미 지역 전기차 최종 조립, 일정 수준의 미국산 배터리 부품·광물 사용 요건을 충족해야한다. 북미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해도, 배터리 핵심 광물과 부품에 일정 비율 이상 미국산에 들어가지 않으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강화된 환경규제에 따라 전기차 생산과 배터리 공급 기지는 사실상 '한 몸'으로 구축돼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필요성 하에, 시기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방미 중 대규모 대미 투자를 확정해 양국 정부의 주목도를 높이고, 미국의 정책적 지원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다음 동맹은 어디...LG에너지솔루션 거론
자동차·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합작 결정으로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생산 기지 구축이 5분 능선을 넘어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 내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2~3곳과 추가적인 현지 배터리 공급처가 필요하다.
현대차그룹·SK온의 미국 조지아주 합작 공장에선 2025년 하반기부터 연간 전기차 30만대 분의 배터리가 생산될 예정이다. 공급처는 현대차 첫 전기차 전용공장인 조지아주 공장, 기아 조지아주 공장, 앨라배마 공장 등 3곳이다. 조지아주 합작공장만으로는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2030년 연간 북미지역 전기차 판매 목표를 83만대로 제시했으나, 이달 중순 미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 목표를 2032년 전체 신차의 67%까지 상향조정하면서 이 목표를 맞추기 위해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도 100만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 비중은 3.9%에 불과했다. 당초 연간 30만대로 책정한 현대차그룹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능력도 확대할 수 밖에 없다. 업계는 현대차가 향후 SK온 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배터리 업계 짝짓기 가속화
완성차·배터리 업계의 동맹 구축도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삼성SDI와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 합작을 추진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도 공장을 건설 중이다. 테슬라와 긴밀한 협력 관계인 일본 배터리업체 파나소닉도 미국에 세 번째 공장 건설(약 50억 달러 규모)을 검토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놓고 대결을 벌이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까지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CATL은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지분 100%를 확보한 공장에 기술, 노하우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시간주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전기차에 소극적이던 도요타도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앞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능력 향상을 위해 미국과 일본에 7250억엔(7조185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초 전기차에 대한 수요 증가를 따라잡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 능력을 지난 2021년 연간 55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약 1000GWh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금액은 400억 달러(53조4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