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반도체·중국이 경기변수"…수출부진 '깊은 늪'

      2023.04.27 05:00   수정 : 2023.04.27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민간 소비가 찔끔 늘었지만, 반도체 등 수출 부진으로 불확실성이 높아 경기개선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둔화 지속으로 '반도체 착시효과'가 사라지면서 수출 누적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미미해 무역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 복지확대 등 지출은 늘어나는데, 수익은 악화돼 우리나라 성장률 기대치도 점점 하락하고 있다.


수출 감소세...반전 쉽지않아
26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성장을 이끌었던 '반도체 착시효과'가 걷히면서 수출부진·무역수지 적자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이후 민간소비 덕분에 1·4분기 한국경제는 0.3%(한국은행 기준) 성장했다. 민간소비는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0.4%)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수출급감이 지속돼 우려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올초부터 4월 20일까지 누적 수출액은 1839억 달러(무역협회 기준), 수입액은 2105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12.3%, 4.0%씩 감소했다. 올해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266억달러까지 불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반도체 착시효과'가 걷히면서 적자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는 올해 1·4분기 206억 달러를 수출하는데 그쳤다. 전체 수출액 대비 반도체 비중은 2022년 18.9%에서 올 1·4분기 13.6%까지 하락했다.

그동안 반도체 착시효과에 감춰졌던 한국 수출산업의 빈약한 체력이 이번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우리나라 수출은 7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확실시 됐다.

관세청 기준 4월 1∼20일 수출액은 323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1% 줄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39.5%), 지역별로는 대중국 수출(-26.8%)이 급감한 것이 영향이 컸다.


반도체 지정학적 리스크에 '시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여파가 한국에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로 반도체가 부족해지더라도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지 않게 해달라고 미국이 한국에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결국 미국의 수출규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의 장기적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같이 대내외 환경에서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올해 2·4분기 15년 만에 영업적자 가능성이 제기됐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불황 장기화로 2분기 연속 적자로 부진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4분기에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1·4분기 영업손실 3조4023억원으로 적자 폭이 늘어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패권전쟁이 지속되면서 반도체가 안보의 무기가 되고 있다"며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안보문제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산업적 측면에서 좋을 것이 없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반도체 등 주력산업은 향후 전망도 암울하다. 기업들은 14개월 연속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시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 조사에서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는 2년 7개월 만에 기대감이 최저치였다. 문재인 정부부터 이어진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억제로 전기·가스·수도 업황 전망도 가장 부진했다.


성장률 전망치 지속 하향세
정부는 우리나라 경기가 '상저하고(상반기 침체 하반기 회복)'로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마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정부는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제시했지만 달성이 험난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심화 등으로 한은의 2월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며 성장률 기대치를 낮췄다.

정부도 중국의 반도체 수요 감소에 미국과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쳐 우리나라 대중 무역적자가 당분간 해소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동절기 이후 에너지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고 했지만 "중국과 거래에서 단기적 요인과 구조적 변화가 결부돼 무역적자가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차례 연속 낮춰 잡아 1.5%로 예상하면서 해외의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IMF는 지난해 1월 2023년 한국의 성장률을 2.9%로 예측했다. 같은 해 7월(2.1%), 2023년 1월(1.7%), 4월(1.5%) 등 지속적으로 하향했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불안해지면서 환율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연고점(1337.2원)을 넘어서며, 1340원대로 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표방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행보(24일~30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중 패권분쟁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덜미를 잡힌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돌파구를 얻기 위해선 미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로 당분간 미국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어려워진 자동차 산업 등의 난제에 대한 해법이 절실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외 품목 다변화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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