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가자지구, 하마스와 다른 PIJ는 누구?
2023.05.13 05:00
수정 : 2023.05.13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초부터 계속 충돌하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마침내 로켓 공습과 공중 폭격을 주고받으면서 이번 사태의 방아쇠를 당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방 매체들은 팔레스타인의 권력 구조가 바뀌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PIJ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부터 계속된 충돌, 결국 전면 대결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11일(이하 현지시간) 기준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최소 30명이 숨졌으며 같은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쪽 르호보트에도 로켓이 떨어져 1명이 사망했다.
거의 매년 충돌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올해 1월부터 크고 작은 다툼을 이어갔다. 지난 1월에는 동예루살렘의 유대교 회당에서 무장 괴한이 총기를 난사해 7명이 숨졌다. 3월에도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무차별 총격이 발생했다. 양측의 갈등은 이슬람의 단식 성월인 라마단(3월23∼4월20일)과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대 명절인 유월절(4월 5∼22일)이 겹치자 더욱 격렬해졌다. 이스라엘 경찰은 지난달 4일 라마단 기간 중에 폭력 시위를 예방한다며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에 진입해 신도들을 몰아냈다. 경찰은 같은달 1일 알 아크사 사원 입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사살하기도 했다. 이에 가자지구의 PIJ는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달 충돌은 PIJ 고위 인사인 카데르 아드난이 지난 2일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사망하면서 불이 붙었다. 지난 2월에 체포된 그는 단식투쟁 가운데 사망했으며 이에 가자지구의 PIJ는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쏘았다. 양측은 이집트의 중재로 하루만에 휴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PIJ 지도부를 제거하겠다며 9일부터 가자지구를 향해 공중 폭격을 시작했고 PIJ는 로켓으로 응수했다. 이스라엘은 지속적인 정밀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를 최소로 줄였다고 주장했으며 11일에도 PIJ 사령관 2명을 제거했다. 이에 PIJ 측은 지도부 공격 중단 및 아드난의 시신 반환 등을 휴전 조건으로 내걸었다. PIJ와 이스라엘은 지난해 8월에도 고위 지도자 체포 및 그에 따른 보복, 공중 폭격으로 충돌했고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했다.
PIJ와 하마스...긴장 속 동거
현재 유엔이 인정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관할 구역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지만 가자지구는 PA가 아닌 이슬람 수니파 무장정파 하마스가 다스리고 있다. 하마스는 2007년 내전을 일으켜 가자지구에서 온건 성향의 PA를 몰아내고 이스라엘과 대립하는 상황이다.
PIJ는 하마스와 같이 시리아의 수니파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분파다. 1981년에 파티 알 시카키가 창설했으며 그는 1995년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알려졌다. PIJ와 하마스 모두 이스라엘과 협상을 거부하고 무장 투쟁을 주장하고 있으나 약간의 차이가 있다.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하마스의 경우 내전으로 서방 세계의 지원마저 끊어지자 이스라엘과 충돌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잦은 충돌로 카타르에서 들어오는 현금 흐름이 막히고 핵심 사회기반 시설이 파괴되어 민심이 돌아서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2021년 5월에도 이스라엘과 11일 동안 전쟁을 벌여 260명 이상 사망하고 주요 시설이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반면 PIJ는 계속 자살폭탄테러를 진행하며 이스라엘을 자극했다. PIJ 산하 무장조직인 '알 쿠드스 여단'은 헤브론과 제닌 등 PA 관할의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 조직을 구축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를 연구하는 에릭 스카레는 AP통신을 통해 “하마스는 공개적으로는 PIJ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비공개적으로는 PIJ에게 대규모 갈등을 피하기 위해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라함 오브다 정치 분석가는 PIJ가 아드난의 사망을 보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PIJ가 로켓을 쏘아 올리지 않았다면 세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명분도 잃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마스와 PIJ의 미묘한 갈등에는 이란도 끼어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종파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철천지원수인 이스라엘과 싸우는 하마스와 PIJ에게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하마스는 2011년 시리아에서 내전이 터지자 시아파 계열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와 수니파 반군 가운데 반군 편을 들었다.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알 아사드 정부를 지원했으며 하마스와 이란의 관계는 내전과 함께 어색해졌다. 물론 하마스는 이후 알 아사드 정부와 관계를 복원했다. PIJ는 하마스와 달리 시리아 내전에 끼지 않으면서 이란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AP는 이스라엘이 PIJ 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한 공습을 강조했다며 공습 과정에서 하마스의 시설을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라엘 역시 충돌 확대를 바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AP는 이와 관련해 최근 사법 개혁에 따른 반정부 시위에 부딪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외부의 적으로 민심을 돌리기 위해 가자지구와 PIJ를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