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낸드 세계 1위 흔들리나..2위-4위 합병 급물살

      2023.05.17 09:10   수정 : 2023.05.17 09: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낸드플래시 2위와 4위인 일본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WDC)이 인수합병(M&A) 협상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메모리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두 회사 합병 시 낸드 1위 삼성전자 점유율을 넘어서는 등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중국 등 주요국 반독점당국의 합병 승인 여부가 합병 성사의 최대 변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기술 초격차로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린다는 구상이다.

업황 침체에 낸드 합종연횡 속도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키옥시아와 WDC의 합병해 통합 낸드 회사 출범 시 지분 43%를 키옥시아가, 37%는 WDC가 갖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잔여 지분 20%는 기존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 침체와 수요 부진 장기화로 인한 양사의 실적 부진이 합병 논의 배경으로 꼽힌다.

키옥시아는 올해 1·4분기 1714억엔(1조 7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WDC도 4억 700만달러(57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양사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된 상태다. 이에 합병으로 몸집을 불린 후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현재도 키옥시아와 WDC는 조인트벤처(JV) 형태로 생산라인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D램 시장과 달리 전 세계 낸드 시장은 주요 5개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말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3.8%의 점유율(매출 기준 )로 1위다. 삼성전자의 뒤를 이은 키옥시아 19.1%,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17.1%), WDC(16.1%), 마이크론(10.7%) 등의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키옥시아와 WDC가 합병에 성공할 경우 단순 합산 점유율은 35.2%로, 삼성전자를 넘어선다.

中 정부 합병 승인 여부가 변수

그러나 합병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대 관건은 중국 정부의 승인 여부다. 미국과 첨단산업 패권을 두고 다투는 중국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안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반독점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M&A는 성사되기 어렵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1년 미국 반도체 장비사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가 22억달러를 들여 일본 반도체 기업 고쿠사이일렉트릭을 인수하려 했을 때도 심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 이를 무산시킨 바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자국 유일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의 기술 유출 우려를 들어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에도 기술 고도화를 통해 선두 자리를 지킨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1월 업계 최고 용량인 236단 1테라비트(Tb) 8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한 가운데 오는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할 계획이다. 반면 키옥시아는 162단 낸드의 본격적 양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현존 최고층 238단 낸드의 연내 양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과의 시너지 결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솔리다임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SK하이닉스 노종원 사장과 솔리다임 데이비드 딕슨 부문장을 신규 각자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맹국과 연합전선을 형성해 중국을 포위하는 게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핵심 전략인 만큼 중국 정부가 합병을 허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키옥시아·WDC 합병 후 단순 시장 점유율은 높아지지만 국내 기업들과의 기술력, 자본력은 여전히 격차가 있는 상황이어서 단기간 추격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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