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살해한 멕시코 女, 정당방위 주장했지만...징역 6년 선고,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멕시코에서 자신을 성폭행하고 협박한 남성을 살해한 뒤 정당방위를 주장한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되자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16일(현지시간) 맥시코 매체 레포르마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주 네사우알코요틀 지방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록사나 루이스에게 전날 징역 6년 2월을 선고했다.

남부 오악사카 원주민인 루이스는 경제 활동을 위해 멕시코시티 인근 도시인 네사우알코요틀로 이주해 살던 중 지난 2021년 5월 자신의 거주지에 침입한 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루이스는 "자신을 죽이겠다"라고 협박하던 성폭행범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루이스는 9개월간 수감돼 있다가 지난 2월 보호관찰 명령을 받아 자택에서 생활하며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성폭행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과잉 방어"라며 살인 피해자 유족에게 28만 페소(약 2100만원)의 보상금을 함께 명령했다.

판결 직후 루이스는 현지 매체에 "제가 스스로를 지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도 없었을 것"이라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루이스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앙헬 카레라 변호사는 "루이스는 명백한 피해자"라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며, 모든 여성을 위한 정의는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법원의 판결이 알려지자 일부 인권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사건 초기부터 루이스 구명 운동을 펼친 지역 인권단체인 '노스케레모스 비바스네사'의 엘사 아리스타는 레포르마와의 인터뷰에서 "성 감수성이 결여된 이번 판결에는 여성이 공격자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라고 지적하며 "루이스는 항상 범죄자로 지목됐는데, 여기엔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라고 비판했다.

[e-mail]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