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연 애니메이터 "픽사 근무 한국인 자부심…꼼꼼함 인정 받죠" ①
2023.05.31 15:30
수정 : 2023.05.31 15:30기사원문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에 참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채연씨(33)가 한국 문화와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채연씨는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진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 관련 뉴스1과 인터뷰에서 "'엘리멘탈'은 이민자를 다뤄서 내게 특별한 영화다, 피터 손 감독과 같이 와서 홍보하는게 실감이 안 나고 영광이다, 마냥 설렌다"며 작품을 들고 내한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서 일하다가 디즈니·픽사 영화를 보고 나도 저렇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 유학을 갔어요. 지금도 이민자로서 미국에 적응하면서 사는 중이에요. 그래서인지 저는 아무래도 (극 중) 이민 1세대 버니 부부에게 감정이입해 작업하게 됐던 것 같아요."
픽사(PIXAR)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소속인 이채연씨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게임 애니메이터로 국내에서 근무하던 중 다시 캐나다 센테니얼 대학교에 입학,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한국인으로서 애니메이터로서 픽사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어요. 특히 이 작품은 한국인 감독님이 만드신 거라 저는 이 영화에 참여하기 전부터 내적 친밀감이 있었거든요. 더 애착이 가는 영화인데 이 영화로 홍보를 하러 온 게 신기해요."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76회 칸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며 '굿 다이노'의 피터 손 감독이 연출했다.
이번 작품에는 이민 2세대인 피터 손 감독의 경험이 녹아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두 캐릭터가 사랑하고 성장하는 스토리는 극 중 '물'과 '불'이라는 극단적 성향을 지닌 두 원소의 사랑으로 비유된다.
"작업 기간에 한국 사람들끼리 짜장면을 먹으러 간 적이 있어요. 그런 자리에서는 편한 얘기가 나올 수 있으니까 감독님이 물으셨죠. '너는 인종차별을 겪어 본 적이 없느냐'고요. '많다'고 했어요. 그런 편한 자리가 있을 때 이런 일이 있고 저런 일이 있었다 하는 얘기들을 주고받았어요.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는 순간들이 있어서 감독님께 친근감을 많이 느꼈어요."
해외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을 만난다. 서로 다른 문화권, 다른 강점을 지닌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배웠다. 픽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애니메이터는 스무 명 남짓 된다. 이채연씨는 한국인이든 한국계 미국인이든, 회사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며 친밀감을 형성한다고 했다.
"애착이 많이 가요. 한국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게 아니니까요. (상대가 한인 2세여도) '한국 말 잘하잖아요, 하세요' 해요. 그분들이랑 섞여서 대화하면서 해방감을 느끼고는 해요. 한국인 애니메이터는 회사에서 많이 꼼꼼하다고 인정 받아요. 그리고 일단 저 같이 해외에서 자란 사람이 아닌 사람은 영어가 큰 문제인데 언어적인 것을 극복하려면 작업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들 보다 두 세 배는 더 열심히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압박감도 있죠. 그래서 한국인은 성실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엘리멘탈'은 오는 6월14일 개봉한다.
<【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