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제2의 윤핵관 논란 '5인회' 초반부터 선 긋기..이용호도 사과
2023.06.02 17:39
수정 : 2023.06.02 17: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5인회'의 존재를 강하게 부정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특별히 가까운 이들이 당을 좌지우지한다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프레임이 다시 부상하는 것을 우려해 논란 초반부터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이에 이 의원도 자신의 발언을 취소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 의원의 발언이 실제로 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가 중량감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5인회가 고위 당직자들의 공식 회의체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용호, 3일만에 발언 취소
이 의원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방송에서 한 '5인회' 발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회가 제 역할과 위상을 하루빨리 회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발언하다가 튀어나온 잘못된 어휘였다"며 "저의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당과 지도부에 누를 끼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썼다.
이 의원은 지난 30일 CBS 라디오에서 최고위원 보궐 선거 후보 등록이 저조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최고위원회의라고 하는 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 거기에 걸맞느냐. 혹시 '들러리'가 아니냐. 실제로 중요한 핵심 의제 결정은 다른 데서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고 결정자가 용산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용산이 아니고 당내에서도 5인회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기탁금) 4000만원을 내고 이게 가성비가 나오냐(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러나 지도부가 5인회 존재를 일축하자 이 의원이 3일만에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에 나선 것이다.
김기현 "고위 당직자 만나서 의논하는 건 당연"
이철규 "생각 없이 한 말 한마디가 당 단합 저해"
이철규 "생각 없이 한 말 한마디가 당 단합 저해"
김 대표는 지난 1일 경기 수원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5인회'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고위 당직자들이 모여 의논하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라는 취지로 말했다.
김 대표는 "당 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사무부총장, 당 수석대변인이 모여서 의논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의논하지 않는 게 당연한 것이냐"고 말했다.
이날도 김 대표는 이 의원도 함께 참여한 당협위원장 워크숍이 끝난 뒤 '5인회 관련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이 의원이 특별한 의도를 갖고 말한 건 아닌 것 같고 말하다 실수한 것 같다"며 "그런 취지의 말씀이 있었고 괘념하지 말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워크숍에서 이 의원을 향해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를 냈다. 이 총장은 "생각 없이 짧은 말 한마디가 당의 단합을 저해하고 구성원의 사기를 꺾는 계기가 된다는 걸 말씀드린다"며 "선의로 한 얘기, 전혀 관계없이 입 밖으로 한 말이 뭐가 엄청나게 있는 것처럼 왜곡되고 침소봉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제 사이에도 우리 당이 마치 잘못 돌아가는 것처럼, 당 대표나 공식 조직 외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리스트도 나오는데, 정말 경악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자, 부담이나 책임지지 않는 자가 권한을 남용하고 농단을 부리는 일은 결코 있을 수도 없고 있지 않다"며 "당에 공식적 기능 외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지도부는 '비공식적 의사 결정체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러한 의혹이 커진 데에는 최고위원회의 힘이 실제로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기현 대표 지도부 초기부터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리스크가 터져 나오고, 결국 태 의원이 사퇴하면서 현재 선출직 최고위원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한 명뿐이다.
태 의원의 빈자리를 메울 최고위원 보궐 선거에도 현역 의원이 단 한명도 나서지 않으면서 '최고위원회의 유명무실화' 논란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논란 탑승 "다음주에 명단 공개"
한편 이준석 전 대표는 5인회의 명단을 곧 공개하겠다며 논란을 키웠다. 또한 이 같은 논란은 윤핵관들이 서로를 저격하면서 터져나온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대표가 말한 고위당직자 명단에 대해 "'나는 잘 모르겠는데, 이거 말하는 건가' 이런 식으로 둘러댄 명단이잖느냐. 그러니까 이 명단은 아닐 것"이라며 "이건 공식회의체다. 둘러대기 위해서 나온 명단"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5인회 명단이라는게, 다음주 쯤이면 명단 다 나와 있을 거다. 그래서 제가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서 그냥 미뤄 놓은 것"이라고 썼다.
이 전 대표는 "심지어 저게 5명일 이유도 없다. 그냥 한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서 작업 시작한 것"이라며 "이미 며칠 전부터 윤핵관과 호소인들이 서로 저격하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자기들끼리 누구 저격하려고 '이 사람이 실세' 이런 기사들 유도하면서 내부총질 준비하는 단계인거 같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런데 제 생각에는 그들이 저격하려고 하는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정상인"이라고 덧붙였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