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계도 '탈중국'... 美, 동남아 등 새시장 찾아나서

      2023.06.08 05:00   수정 : 2023.06.09 04: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화장품 업계가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을 벗어나 새로운 판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정치·외교 이슈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우되는 중국을 대체할 시장의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뷰티 대기업들은 현지 기업 인수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 보다 미국 시장에서 먼저 선보여 이름을 알린 브랜드도 등장하고, 동남아시아 등 또다른 국가로의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대중 화장품 수출 두자릿수 이상 감소

8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 무역통계에 따르면 화장품은 '기초화장용 제품류'와 '색조화장용 제품류'의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올해 1·4분기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18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화장품 수출의 약 75.5%를 차지하는 기초화장용 제품류 수출은 중국과 일본이 각각 -18.6%, -17.9%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그 외 대부분 지역에서 증가했다.

특히 베트남과 러시아는 각 +71.6%, +46.4%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색조화장용 제품류의 수출 역시, 중국은 -28.6%로 감소했으나, 일본과 미국은 각 +57.8%, +53.0%로 50%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뷰티 업계가 '탈중국'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최근 뷰티 업계의 글로벌 시장 공략 방향도 사뭇 달라졌다. 중국시장에서 코로나19와 자국 생산품 애용 움직임으로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반면, 성장성이 큰 북미시장에서는 K-뷰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대체할 제 1의 시장은 '미국'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 설화수 등을 아마존에 공식 론칭하며 북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세포라에 주요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며 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공략도 강화하는 중이다. 특히, LA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해 주목을 받은 라네즈의 활약이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라네즈 '립 슬리핑 마스크' 트래블 키트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작년 7월에 진행된 아마존 최대 규모의 쇼핑 이벤트인 '프라임 데이'에서는 뷰티 앤 퍼스널 케어 부문 판매량 1위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현지 회사를 인수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2019년 미국 화장품·생필품 '더 에이본 컴퍼니'를 시작으로, 더마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을, 미국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를 보유한 '보인카'의 지분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MZ세대 타깃의 뷰티 브랜드 '더 크렘샵'의 지분까지 인수하며 브랜드와 사업 간의 시너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 올해 북미 사업을 더 강화하기 위해 스타벅스, 아마존 출신 문혜연 부사장을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했다.

이처럼 뷰티 대기업들이 미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K-뷰티 브랜드도 있다.

국내에서 '아마존 1위 생리대'로 유명한 '라엘'은 미국에서 페미닌 케어 브랜드 '라엘'과 함께 스킨케어 브랜드 '라엘 뷰티'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라엘 뷰티'로 라엘을 먼저 접한 고객도 있을 정도. 특히, K-뷰티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호감도와 신뢰도를 기반으로 제품력까지 인정받았다. 실제로 라엘 뷰티는 미국 대형마트인 타겟 등 1만8000개 매장에 입점해 있으며, 미국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라엘 뷰티'는 호르몬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피부 컨디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마스크팩, 여드름 패치, 여드름성 피부를 위한 미라클 클리어 라인 등을 통해 월경주기 별 스킨케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여드름 패치가 미국에서 생소하던 시절, '미라클 패치'를 출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후속으로 출시한 여드름 피부에 좋은 미라클 클리어 기초 라인 역시 미국에서 트러블 케어 제품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K-뷰티 신드롬을 이어가는 중이다.

K-컬쳐, 인기높은 동남아 시장도 공략

화장품 수출 상위 10위권 국가 내 동남아 국가들이 다수 포진돼 있을 만큼 동남아의 K-뷰티 열풍은 뜨겁다.

국내 뷰티 기업들은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수출 판로로 동남아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현지 기업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어서 경쟁이 치열한데, 동남아는 아직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또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도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잠재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화장품 ODM 기업 '코스맥스'가 최근 발표한 올해 1·4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는 각각 34%, 83% 증가했다. 이 중 인도네시아의 올 1·4분기 매출은 192억원으로 주요 온·오프라인 고객사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부 활동의 증가로 립스틱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색조 카테고리의 매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클린뷰티 브랜드 '라타플랑'은 지난달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5개국 진출을 위해 현지 유통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라타플랑은 '가장 한국적인 클린뷰티'를 지향하는 국내 브랜드로 2020년 12월 론칭했다. 순천만 미나리를 주원료로 사용한 미나리 진정 라인 7종이 대표 제품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주요 유통채널인 올리브영, 더현대 서울, 카카오 선물하기 등에 잇따라 입점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라타플랑은 K 컬처에 대한 관심 덕에 해외진출이 빨라진 경우다. 국내외 MZ세대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 '고윤정'을 모델로 쓰면서 해외 팬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라타플랑이 알려진 것. 이를 계기로 라타플랑 실 사용 고객들의 해외 구매 요청이 지속되면서 기존 계획했던 시기보다 앞당겨 동남아 시장 진출을 결정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티르티르의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더마티르는 5월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더마티르 베트남 론칭 행사를 개최했다. 더마티르 역시 진출 배경으로 K뷰티 인기와 더불어 베트남의 덥고 습한 날씨에 민감해진 피부로 인해 더마 코스메틱 전문 브랜드에 대한 니즈가 높은 점을 꼽았다. 티르티르는 2021년 미스 베트남을 수상한 '투이띠엔'을 모델로 발탁해 더욱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예정이다.

코스피 상장사 '인스코비'는 색조화장품 브랜드 '코랄헤이즈'를 동남아 크로스보더 플랫폼인 '쇼피'에 입점시켰다.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쇼피'는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플랫폼 기업으로 월 방문자수(MAU)가 3억명을 웃돌며, 2021년 기준 거래액도 80조원 수준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상황에서 중소·중견 기업은 틈새시장을 노린 결과 좋은 성적을 내고 았다"면서 "현지화에 집중해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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