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10년짜리 포수를 찾았다... 김동헌, 입단 첫해에 주전 꿰차고 신인 유일 AG 대표까지 초대박
2023.06.09 15:10
수정 : 2023.06.09 15: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내가 AG대표를 인터뷰했었다니~ 영광입니다”
“아유~ 아닙니다”
기자의 축하인사에 김동헌(키움 히어로즈)의 첫마디다.
이번 항저우 AG에서 가장 감격적인 스토리를 가져온 선수는 김동헌(19·키움 히어로즈)다. 신인 첫해에 팀의 주전 포수를 꿰차고, 거기에 항저우 AG 대표로 군면제까지 받을 기회를 얻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번 대표팀에서 막내다. 마산용마고 장현석은 2004년 3월 14일 생이고, 김동헌 2004년 7월 15일이다. 생일상으로 보면 가장 어리다.
그는 원래 충암인이 아닐 수도 있었다. 충암중 당시 출중했던 기량 탓에 타교로 진학할 수도 있었다. 많은 명문고가 그를 탐냈다. 좀 더 좋은 여건에서 운동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주변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영복 충암고 감독은 그때를 상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 감독은 "우리 학교는 그렇게 넉넉한 학교가 아니다. 환경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그런데 당시 동헌이 집 사정이 어려웠다. 그래서 미련없이 동헌이를 보내주려고 했다. 동헌이 정도면 우리 팀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운동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런데 동헌이가 어느 날 나를 찾아왔다. 울먹이면서 자기는 충암고 아니면 야구 안하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가 동헌이 부모님을 다시 만났다. 다른 혜택은 아무것도 못주지만, 동헌이는 확실하게 키워주겠다고 했다. 조금만 같이 고생하자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동헌이 집도 좋아져서 좋은 일에 기부도 하시더라.(웃음) 모든 것이 잘 풀렸다. 정말 다행이다.”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이 감독은 김동헌 및 부모님과 한 약속을 확실히 지켰다. 그를 청소년대표 포수로 만들어냈다. 전체 12번으로 프로에 입성했다. 고교 시절 2개의 전국대회 우승과 하나의 준우승을 수확했다.
무엇보다 김동헌은 인성에 대해 많은 관계자들이 극찬한다. 충암고 야구부장 또한 “요즘은 인성 또한 하나의 툴 아닌가. 충암고를 나온 선수 중 인성이 좋은 선수도 있고 아닌 선수도 있다. 하지만 동헌이는 정말 좋은 선수다. 항상 열심히 하고 팀을 이끈다. 데려가는 팀은 복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에서도 김동헌의 기량과 인성에 대한 칭찬은 이어졌다. 최재호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김동헌을 포수로 앉혔다.
김성현 코치 또한 포수로서의 성향이 좋다며 김동헌을 칭찬했다. 키움 내부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 절대적인 기량도 좋지만, 항상 팀을 먼저생각하고 분위기를 띄울 줄 아는 전형적인 캡틴이라는 것이 야구 관계자들의 평이다.
동기이자 슈퍼스타인 윤영철도 승선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동헌은 승선했다. 엄청난 행운이 뒤따른 것이다.
키움 히어로즈 입장에서도 대박이다. 서비스타임의 낭비 없이 오롯이 9년을 활용할 수 있는 주전 포수를 찾았기 때문이다.
김동헌은 “뽑아주신 건 너무 영광이고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제가 잘해서 뽑힌 게 아니고 새롭게 기회를 주시고 좋게 봐주신 거니까 더 겸손하게 감사하게 생각하며 시즌 계속 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좋은 과정 속에서 올바른 길을 향하면 결과는 언제나 따라온다. 이제는 인성과 좋은 성향도 반드시 프로 선수가 갖춰야할 요소다.
김동헌이 그것을 AG대표로서 몸소 증명하고 있다. 김동헌이 야구 인생의 악셀레이트를 밟기 시작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