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도 공실 여전… 글로벌 상업용부동산 시장 ‘먹구름’
2023.06.11 18:19
수정 : 2023.06.11 19:30기사원문
지난 1월 부동산 보안업체 캐슬시스템스가 미국 10대 도시 사무실 직원 출입 기록을 집계한 결과 출근율이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일부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에도 재택과 사무실을 혼합하는 근무를 정착시켰다.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의 경우 간부들에게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면서도 나머지 직원들은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혼합해 운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보편화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근무 형태의 변화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사무실 공간이 점차 줄어들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프랭크가 공개한 조사에서 직원 5만명이 넘는 세계 대형 기업 347곳 중 절반 이상이 사무실 공간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상업용 부동산인 쇼핑몰들도 코로나19 기간 동안에 늘어난 온라인 쇼핑으로 인해 방문하는 소비자가 감소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는 대출 은행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어 최근 들어 미국 언론들은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도시뿐 아니라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홍콩도 빈 사무실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중개업체 세빌스는 세계 여러 도시 중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주목했다.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통해 전해진 미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건물에 대한 뉴스는 상업용 부동산 상황이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보여줬다. 매물로 나온 샌프란시스코의 22층 빌딩의 가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억달러에서 약 6000만달러(약 783억원)로 무려 약 80% 떨어져 충격을 줬다.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와 인접한 관계로 재택 근무율이 높은 정보기술(IT)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물가가 비싸다. 시내의 범죄와 노숙자 증가로 생활의 질도 떨어지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빈 사무실을 찾기 어려웠던 이곳의 공실률이 9.5%에서 30%로 뛴 상태다.
■美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몰려오는 폭풍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부도를 포함한 미국 은행 위기로 한차례 경종이 울린데 이어 20조달러(약 2경6084조원) 규모인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붕괴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4월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찰리 멍거는 은행들의 부실한 대출이 많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폭풍이 접근하고 있다"며 위기를 경고했다.
사무실 공간 수요 감소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잇따른 금리 인상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의 둔화로 올해 미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20~25%, 사무실 공간은 30%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높은 사무실 공실률에 오르는 금리, 여기에 노후화된 부동산 자산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또 지난 3월 SVB와 시그너처뱅크, 퍼스트리퍼블릭 부도 등 미국 중소형 은행들이 위기를 겪은 것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80%는 중소형 지방은행들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데이터 업체 트렙(Trepp)에 따르면 올해 만기되는 미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2700억달러(약 352조원)로 이중 약 3분의 1인 800억달러(약 104조원)가 사무실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투자업체 캐롤(CARROLL)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캐롤은 지난달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파티가 끝났다"고 경고했다.
캐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무실이 비어가고 있고 은행들은 부동산 대출을 기피하고 있는 등 현재 시장 상황을 "완전히 재앙 수준"이라고 했다.
최악의 상황은 중소형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은 것에 예금주들이 불안을 느끼고 SVB 부도 직전과 유사한 대규모 인출(뱅크런)이 또다시 발생하는 것이다.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불안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불안에 이어 다음은 유럽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상업용 부동산이 뚜렷한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며 유동성 부족 사태 위험을 경고했다. 모닝스타 다이렉트의 통계에서 유럽 부동산 직접 투자 규모는 지난 1월 3억유로(약 4190억원)에서 2월에 1억7200만유로(약 2401억원)로 크게 줄었다.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또한 ECB의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그렇지만 유럽의 사정은 미국에 비해서는 낫다.
스페인 부동산 개발업체 이모빌리아리아 콜로니얼의 CEO이자 유럽 공공부동산협회 회장인 페레 비놀라스 세라는 "유럽 직장인들의 사무실 복귀율이 높아 빌딩 공실률은 미국에 비해 훨씬 낮은 등 상황은 더 좋다"고 말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JLL에 따르면 지난해말 유럽 사무실의 공실률은 약 7%로 19%인 미국에 비해 낮았다.
그렇다고 유럽의 상황이 반드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은행의 규제가 까다롭다 보니 섀도우뱅크(비제도권 금융)로부터의 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유럽의 빌딩들은 대출의 80%를 은행들로부터 받았으나 최근에는 60%를 조금 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부동산 담당 이코노미스트 매슈 포인튼은 섀도우뱅크들이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며 이것이 앞으로 어떠한 변수가 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