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장이 긴장한다"...하루인베스트가 쏘아올린 작은 공
2023.06.19 16:50
수정 : 2023.06.20 08: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갑자기 출금을 중단하면서 코인업계는 이번 사태가 미칠 후폭풍에 주목하고 있다. 상당수 가상자산 업체들이 제도권과 비제도권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영업을 해 온 만큼 기존 제도와 법으로 규제나 처벌이 가능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또 신사업보다는 자리를 잡은 사업과 서비스로 소비자들이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엔 제대로 처벌·구제 이뤄질까
19일 가상자산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가상자산 운용사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의 투자자들을 대리해 두 회사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LKB파트너스는 블록체인법학회장인 이정엽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다.
현재 집계된 피해자는 약 200여명, 일주일 만에 파악된 피해액은 500억원 수준이다.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는 투자자들이 맡긴 가상자산을 투자해서 수익을 돌려주는 '코인(가상자산) 운용사'다. 델리오는 국내 1위로 알려졌고, 하루인베스트는 높은 수익률로 유명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하루인베스트가 입출금을 중단하고, 사무실 폐쇄·연락 두절 등이 뒤따르면서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하루인베스트에 투자했던 델리오도 14일 출금을 중단하면서 '도미노 붕괴'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LKB앤파트너스는 이들이 제공한 서비스를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으로 보고 있다. 즉 현재의 법 체계에서도 법적인 조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출금 중단 관련 횡령·배임 가능성이 있다"면서 "FIU는 가상자산 업체 자금세탁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고 횡령과 배임은 형사법에서 다루고 있는 만큼, 수사 기관과 협력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 제도에는 '여전히 구멍'
그러나 금융당국은 '제도 미비'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 금융제도에서 코인 운용업은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할 필요도,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을 필요도 없다.
델리오는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등록해 이를 홍보하기도 했지만 '가상자산 운용'이 아닌 '가상자산의 이전 및 보관' 사업자로 인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델리오도 결국 규제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었던 셈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등록된 곳이라도 예치 서비스를 운영했다면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상 의무를 적용해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회에서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어도 이번 사태는 막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코인 거래소의 이용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다른 사업에 대한 규제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지난 달 유럽연합(EU) 이사회가 승인한 암호자산시장법(MiCA·미카)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를 세분화해 각각의 조건들을 정의했다.
■시장 '신뢰도 저하·쏠림 심화' 우려
이번 사태가 국내 코인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뿐 아니라, 일부 사업과 사업자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 강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가상자산 예치·운용 업체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해당 사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라며 “궁극적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서비스만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로 가상자산 투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코인 재테크 서비스 헤이비트의 운영사 업라이즈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국내 코인 거래량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업비트의 독주가 더 강해질 거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업비트는 지난 2019년 58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에 대해 해킹을 당했지만, 손실 금액을 모두 회사 자산으로 충당했다. 단순히 거래량 뿐 아니라, 재정이 튼튼한 업비트가 더 많은 투자자들을 모을 것이란 이야기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코인 거래량은 하루 평균 3조원으로 호황기에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라며 "국내 은행과 협업하지 못하는 소형 거래소에서는 인원 감축 등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거래소 독점 현상이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