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동동아! 상상력·정교함 빛나는 백희나 그림책展 오늘 개막

      2023.06.22 04:00   수정 : 2023.06.22 10: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상한 알사탕을 먹고 아빠의 속마음을 듣게 된 소년 동동이부터 요구르트를 좋아하는 장수 목욕탕의 이상한 선녀님까지 백희나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들이 그림책을 찢고 나왔다.

‘구름빵’(2004)부터 ‘달 샤베트’(2010) ‘장수탕 선녀님’(2012) ‘이상한 엄마’(2016) ‘알사탕’(2017) ‘나는 개다’(2019) 그리고 최신작 ‘연이와 버들 도령’(2021)까지 백희나 작가가 창작한 11권 그림책 속 다양한 등장인물과 장면들이 140점의 작품 세트와 함께 실감 미디어 콘텐츠로 구현됐다.

■세계가 사랑하는 그림책 작가, 백희나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2020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 아동문학작가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 예술의전당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출판사 책읽는곰과 함께 백희나 작가의 첫 단독 개인전을 연다.

‘백희나 그림책전’은 오늘(22일)부터 10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예술의전당 박거일 시각예술부장은 21일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삽화가 조연인 동화책과 달리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공동주연을 맡는다”며 “평면이 아니라 입체를 그림책에 구현한 백희나 작가를 초청하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임선희 책읽는곰 대표는 “우리나라 그림책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며 “한국 그림 작가 중 최초로 단독 전시를 열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무려 두 달간 한가람디자인미술관으로 출퇴근을 했다는 백희나 작가는 “할머니가 돼서야 전시회를 열 줄 알았는데, 예술의전당이 기획·제안해서 큰마음을 먹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제가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독자들을 위한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전시 준비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며 뿌듯해했다.

미국의 칼아츠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백희나 작가는 그림책의 한 페이지가 될 장면을 위해 마치 스톱모션 애니메이터마냥 하나부터 열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손수 만든다.

종이, 섬유, 스컬피(sculpey, 찰흙처럼 물렁하나 열을 가하면 딱딱하게 변하는 물질)로 만든 캐릭터 인형과 골판지·폼보드에 채색하거나 벽지·사진을 붙인 세트, 미니어처 가구와 직접 제작한 소품, 목탄과 색연필을 활용한 드로잉 등 다채롭게 활용한다. 이후 영화를 찍듯 조명을 치고 원하는 컷이 나올 때까지 사진을 찍어 한컷 한컷 완성한다.

40만부가 팔린 첫 작품 ‘구름빵’은 평면 캐릭터를 촬영해 완성했지만, 2006년작 ‘팥죽 할멈과 호랑이’에선 달라졌다. 한지 공예로 만든 할멈 인형과 각종 소품으로 가득 찬 부엌은 마치 인형극을 보는 듯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어느덧 20년이 다 된 ‘구름빵’의 종이 인형부터 ‘연이와 버들 도령’의 나무그루터기까지 고이 보관해뒀던 모든 캐릭터와 소품을 하나씩 다 꺼냈다. 단 한 점도 버리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그는 “단지 그림책 속 원작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전시품 자체로 완성도가 높길 바랐다"며 "관람객이 예술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 형태로 만들기 위해 세트를 추가로 제작하거나 책에 다 담지 못한 캐릭터를 만들거나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등 협업하며 새로 작업한게 힘들면서도 재밌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상한 엄마'에 나오는 구름은 오늘 아침까지 만들었다"며 "특수 제작한 아크릴 속에 직접 들어가 작업했다. 두달 만에 끝낼수 없는 작업량이었는데, 아프지 않고 마무리했다"며 뿌듯해했다.

■ 반갑다 동동아! 상상력과 정교함 빛나는 전시 작품들

모든 작품은 백 작가의 상상력과 정교함이 빛을 발한다. '알사탕'에서 아버지의 속마음을 알게 된 동동이가 아버지를 뒤에서 안는 '동동이 집' 세트는 원작을 읽을 당시 감동을 불러일으키면서 우리네 집과 너무나 유사한 집안 구석구석을 보는 재미가 있다. 베란다의 빨래건조대부터 입구에 쌓여있는 신문지 더미까지 일일히 다 추가 제작했다.

12가구가 사는 ‘달 샤베트’ 아파트 세트는 규모감에 놀라면서 동시에 12가구의 디테일한 집안 풍경에 혀를 내둘게 된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식탁에서 밥을 차렸다가 치우고 작업을 했던 작가 자신의 집안 풍경도 담겼다.

동시에 단순히 세트 전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연을 가진 아파트 입주민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궁리를 하다 가구마다 CCTV를 달아서, 아파트 세트 좌우로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그 미니어처 세상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작품 전시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췄다. 무슨 뜻이냐면 아이들 눈높이에서 봐야 더 잘 보이게 전시품을 낮게 설치했다. ‘꿈에서 맛본 똥파리’의 경우 아예 바닥에 전시해 키 작은 아이들도 어른들 방해 없이 마음껏 볼 수 있게 했다.

실제 목욕탕처럼 연출된 ‘장수탕 선녀님’에서 요구르트 마시는 실물 사이즈의 선녀님을 보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잠시 쉴수 있게 앉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실감 미디어 콘텐츠로 구현한 ‘연이와 버들 도령’ 영상은 책에서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감동을 안긴다.

백희나 작가는 “그림책은 한 아이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기에 무조건 잘해야 하는 과업이다. 저 역시 최선을 다했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스스로에게 떳떳했다”며 뿌듯해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협업하며 사회성이 좋아졌다"고 밝힌 그는 "매체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다"고도 했다. 그는 "이젠 출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이야기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전제 하에 콘텐츠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며 IP의 확장가능성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첫 전시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길 바랐다.
“전시를 본 아이들이 나도 뭔가 만들고 싶다는 창작 의욕이 생기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바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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