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자발적 특타 … 올해는 끝까지 달린다. 한화는 1순위 지명권 아닌 '탈꼴찌'를 원한다

      2023.06.21 21:51   수정 : 2023.06.21 22:11기사원문



[대전 = 전상일 기자]6월 20일 오후 10시. 모든 관중들이 퇴장한 적막감 넘치는 야구장에 한화 선수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발적인 특타가 시작되었다.

선수들은 “좋아” “나이스”라는 이야기와 함께 40분여 동안 특타를 계속 진행했다.

특타의 효과였을까. 한화 이글스가 6월 21일 기아 타이거와의 홈경기에서 채은성의 공백에도 기아를 7-4로 꺾고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한화의 승리를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이유는 채은성의 공백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노시환이 집중견제를 당할 수 밖에 없고, 이날 콜업되며 4번에 위치한 이성곤의 타력도 미지수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한화는 선수들이 누구하나 빼놓을 선수가 없이 전체적으로 고른 활약을 보였다.

나가서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쳤고, 문제가 되었던 번트 실책도 없었다. 운도 한화에게 따라줬다. 고비마다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었고, 상대의 실책을 편승해 점수를 벌려갔다.

사실, 올 시즌 한화의 가장 큰 약점은 타력이다. 한화의 팀 타율은 최하위(0.237)이고 타점도 두산에 이어서 9위(240타점)를 달리고 있다. 출루율도 전체 9위다. 나갈 확률도 적도 불러들일 확률도 적다는 의미다. '리그 최고타자' 노시환을 제외하면 이날(6월 21일) 신인 문현빈의 0.260이 팀 내 타율 2위일 정도로 라인업이 아쉽다.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팀에게도 쉽지 패하지 않는다.



일단 투수진이 나쁜 편이 아니다. 산체스가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페냐가 알레르기에서 벗어나면서 어떤 팀도 많은 점수를 쉽게 내지 못한다. 안우진이 등판했을때도 키움은 2경기를 잡아냈다. 여기에 문동주도 있다. 강재민, 김범수, 박상원, 이태양, 주현상 등이 이끄는 불펜도 최상은 아니지만 리그 중간급은 된다.

나오면 점수를 허용하지 않는 언터쳐블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쉽게 역전을 허용하는 허약한 불펜도 아니다.



무엇보다 한화는 무기력하게 패하는 경기가 거의 없다. 6월 20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6-1로 대세가 거의 넘어간 상황에서도 9회 3점을 따라갔다. 잘못하면 역전 적시타가 나올뻔 했다. 지난주 금~일 키움과의 3연전은 3경기를 모두 연장으로 몰고갔다. 그 이전 3위 롯데와의 경기에서도 3경기가 모두 접전이었도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바로 그 이전에는 잠실 LG와의 3연전에서 2승 1패를 가져갔다. 첫 경기 1점차 승부를 고우석의 끝내기 폭투로 이긴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렇듯 많은 경기를 이기지는 못하지만 어떤 팀과 만나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그것이 다른 최하위 팀과 다른 점이다.





그런만큼 긴 연패가 없다. 보통 최하위팀들은 각 팀들의 에이스 집중타에 긴 연패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화를 상대로 굳이 투수력을 집중시키는 팀은 없다. 승패를 장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원호 감독의 부임 후 가장 달라진 점은 3연패 이상의 연패를 많이 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원호 감독의 부임 이후 3연패는 두산과의 홈 3연전을 스윕당한 것 뿐이다. LG나 SSG 등 최강팀들과도 대등한 경기력을 유지했다.

경기장 분위기도 좋다. 한화 이글스 팬들은 일사분란한 응원으로 유명하다. 홈경기때는 팬들이 일사분란하게 압도적인 응원을 보낸다. 특히, 한화의 육성과 사운드가 어우러진 응원은 대전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절대 최하위 팀의 분위기가 아니다. 분위기는 1위팀과 비슷하다.



사실, 무려 100만달러를 투입한 스미스가 첫 경기기때 시즌 Out되고, 사실상 용병 타자 없이 경기를 해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2023시즌 한화 이글스는 최선은 아니어도 최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여기에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직후에도 한데 모여서 특타를 한다는 것은 이기고자 하는 선수단의 의지가 만연해 있다는 의미다. 특히, 승부 근성이 있는 채은성과 루키 문현빈이 새로 유입되며 이런 현상은 더욱 도드라진다.

미래도 밝다. 비록 퓨처스에 내려가 있지만, 김서현이 선발 수업을 받고 있다. 아시안게임에 노시환과 문동주가 선발되었고, AG대표 장현석을 지명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드래프트 1순위를 잡기 위해 져도 된다는 말은 하지 마라. 9위라도 좋다. 그 이상이면 더더욱 좋다. 시즌 끝까지 단 한 계단이라도 위로 올라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그런 의지에 호응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패한 것은 팬들도 이래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이 이기고 싶다는 의지가 한데 모여서 노력 하다보면 언젠가는 빛을 보기 마련이다.

무기력한 한화는 없다.
비록, 다소 부족하고 아쉬울 지언정 2023시즌 한화 이글스는 끝까지 달린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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