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속 작은 위안' 이런 내야수 다시는 못 구한다. 김도영의 3루 수비는 완벽했다
2023.06.29 10:52
수정 : 2023.06.29 11:23기사원문
[광주 = 전상일 기자]패배는 뼈아팠다.
상처 뿐인 경기였지만, 그래도 딱 하나 위안 삼을만한 것도 있었다. 김도영(20·KIA)다. 전날 경기에서 아쉬운 수비를 보였던 김도영이 단 하루 만에 3루수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1회부터 김도영의 수비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이형종의 강습 타구를 다이빙을 하며 잡아냈고, 1루에 송구까지 완벽했다. 자신앞에 오는 땅볼을 안정적으로 잡는 캐칭 능력도 좋았다. 전날 다소 불안했던 송구도 좋았고, 병살 플레이도 무난했다. 무엇보다 8회 1사 2루에서 엄청난 순발력을 바탕으로 펜스에 부딪히면서도 이형종의 파울 타구를 잡아내는 신기를 발휘하기도 했다. 경기장에 있던 모든 이들을 감탄하게 만든 수비였다.
이날 김도영에게는 희생번트 타구를 포함해서 무려 8개의 타구가 갔다. 그런데 김도영은 단 한 개의 타구도 불안하게 처리하지 않았다. 타석에서도 5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안타를 치고 루상에 나가서 포수 김동헌(19, 키움)이 피치아웃을 했음에도 2루에서 살았다. 그의 주루플레이 능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순간 베이스를 차고 들어가는 힘이 어마어마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했던 발이다.
최근 신인드래프트에서는 매년 많은 내야수들이 프로에 입성한다. 하지만 1년에 단 1명이라도 프로 수비에 제대로 적응하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천연잔디와 인조잔디의 차이가 크다. 타구의 속도도 다르다. 하지만 김도영은 3루에서 벌써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에는 유격수 자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유격수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다리면 기회는 온다. KIA 또한 김도영의 유격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고, 또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다.
사실, 단순히 수비만 좋다면 김도영이 이정도로 주목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내야수는 많다. 김도영은 고교시절부터 타격이 수비보다 더 출중했다. 올해도 타율이 4할로 무난하게 1번 타자에 적응 중이다. 발은 타격보다 더 좋다.
여기에 김도영은 체구에 비해 장타력도 좋다. 지난 퓨처스리그에서 때려냈던 멀티홈런은 많은 관계자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단순히 당기기보다 밀어서도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내년 고교야구는 투수보다는 야수쪽이 강세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선우, 박찬엽, 우정안, 박준순(이상 고교 3학년) 등 좋은 내야수들이 많다. 하지만 야수강세라는 말과 김도영급 내야수가 등장한다는 말이 동의어는 결코 아니다. 많은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김도영급 내야수는 나오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에서 3루수와 유격수를 동시에 볼 수 있으며 방망이가 좋고 발까지 빠른 내야수를 신인드래프트에서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사실, 2년전 KIA 포함 많은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문동주가 이 정도 성장세를 보일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예쁜 투구 폼에 엄청난 유연성, 인성까지 갖춘 선수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KIA의 선택은 이를 꽉 깨물고 김도영이었다. 문동주를 볼 때마다 아쉽지만, 과감한 KIA의 선택이 조금씩 조금씩 그 빛을 발휘하고 있다.
김도영이 있기 때문에 KIA의 내야는 항상 계산이 서는 운용할 수 있다. FA까지 올 시즌 포함 무려 8년이나 남아있다. 이제 이런 내야수는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