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부산 돌려차기 사건' 없어야"..피해자 알 권리 강화 시급
2023.07.04 07:00
수정 : 2023.07.04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범죄 피해자가 수사내용이나 재판과정 정보 접근성 떨어져
각종 범죄 피해자가 수사단계에서 수사내용 및 절차 등을 파악해 법적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돼 향후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현행법상 피해자는 형사소송의 전반적인 과정을 알 권리가 있지만, 제공 정보가 한정적이고 피해자가 신청한 경우에만 가능해 피해자 스스로 법적 대응력을 갖기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사단계에서 구체적인 수사 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정보 접근이 제한되고 있는 만큼 각종 수사 또는 재판과정 내용을 피해자가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4일 정치권 및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수사 관련 사항을 통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달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구체적으로 현행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피해자 등에 대한 통지' 조항을 피해자의 알 권리 확대 방향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도읍 의원 '형소법 개정안' 발의. 수사기관이 피해자에게 수사관련 사항 의무 통보해 법적 대응력 강화
현행법은 사건 관계가 형사사건의 실체적·절차적 내용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범죄피해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고, 헌법상 보장된 피해자진술권 등 적절한 권리행사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범죄 피해자에게 형사절차 진행 상황을 통지하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소제기나 재판 결과, 피고인 구금사실 등 구체적인 수사사항을 통지받을 수 없어 사건 관계자임에도 당해 형사사건의 실체적·절차적 내용에 충분히 접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사단계에서 적절한 법적 대응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형사사법 절차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정보 접근권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부산 돌려차기 잔혹 범죄, 피해자 스스로 수사자료 모아 공론화
대표적인 예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피해 여성이 사법 시스템에서 철저히 소외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피해자는 자신이 어떤 상태로 범죄현장에서 처음으로 경찰에 의해 발견됐는지도 1심 재판에서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잔혹했던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것도 피해자의 노력 덕분이었다.
피해자는 형사재판 도중에는 수사 기록과 각종 증거 열람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민사소송을 통해 폐쇄회로(CC)TV 영상과 포렌식 결과 등 수사자료를 모았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친 끝에야 비로서 수사기관이 수집한 피해사건 관련 자료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해당 사실이 언론 등에 알려지면서 가해자 남성은 항소심에서 1심 12년형보다 중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가해 남성에게 유출되는 바람에 피해자는 현재까지도 보복범죄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피해자는 "회복적 사법이 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사건이 알려지지 않은 다른 강력 범죄 피해자들도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사법시스템이 마련되길 간절히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 "피해자 알권리 강화해야.."
김도읍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는 범죄 피해자에게 사건 관련 사실 등을 통지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 고지 의무를 담고 있다. 이는 대다수 범죄 피해자들이 이러한 권리가 있는 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또 범죄 피해자가 통지를 신청할 경우, 수사기관은 사건 처분 결과, 피의자 구속·석방 여부, 구금에 관한 사실 등 수사 관련사항을 신속하게 통지해야 할 의무도 생긴다.
공소 제기 여부 등 수사기관이 사실상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낸 이후 결과만 통보하는 현행 사법 시스템에서 한 발 나아가 피해자가 수사와 관련된 사항을 포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법적 대응력을 강화시키자는 내용이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법은 국가소추주의에 따라 피해자는 알 권리가 제한되고 형사소송법에서 소외로 '제3자'가 되는 측면이 있다"며 "법원과 수사기관이 피해자에 진행 상황과 경과를 충분히 알려줄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승 위원은 "피해자가 수사와 공판 단계에서 피해상황과 억울함을 더 적극적으로 진술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